휴대폰 전자기파, 호흡기에 염증 일으킨다

      2013.03.19 17:03   수정 : 2013.03.19 17:03기사원문

휴대전화가 담배 연기나 세균 등 다른 유해물질처럼 기도에 염증을 일으켜 비염, 부비동염, 기관지염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준 교수팀은 휴대전화 전자기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특히 호흡기 점막의 점액섬모 수송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실험을 통해 연구한 결과, 휴대전화 전자기파가 코점막의 점액섬모 운동을 억제했다고 19일 밝혔다.

점액섬모의 운동 횟수가 낮아지면 코를 포함해 공기가 지나가는 통로(호흡기)에 염증반응이 생겨 비염, 부비동염, 인두염, 후두염, 기관지염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연구팀은 정상적 비강 구조를 가지고 과거에 코 수술을 받은 적이 없는 18명의 부비동 점막을 채취해 연구용으로 제작한 전자기파 발생장치를 이용, 휴대전화와 같은 주파수(1.8GHz)와 세기(SAR=1 W/Kg)에 노출시켰다. 이후 400배율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이를 동영상 촬영용 초고속 카메라로 녹화해 전산화 비디오 분석시스템을 이용하여 섬모진동 횟수(Ciliary Beat Frequency, CBF)를 측정했다.
그 결과 전자기파에 의해 노출 초기부터 섬모진동 횟수가 감소하더니 정상 섬모진동 횟수에 비해 약 11% 줄어들었다.

또 연구팀은 전자기파가 어떠한 기전으로 호흡기 점막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도 진행했다. 먼저 인체 정상 코점막 상피세포를 배양하여 전자기파에 노출시킨 후 세포 독성 실험(MTT assay)을 통해 전자기파가 세포사를 유발하지는 않는 것을 확인했다. 또 전자기파에 의해 인체 정상 코상피세포에서 단백질인산화효소C(PKC)가 증가했고 여러 PKC의 하위형태 중에서 novel PKC(n PKC)의 증가가 섬모 운동 횟수 저하 기전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사람의 기도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털인 섬모가 있어 항상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코를 통해 들어온 공기에 석여 있는 이물질이나 유해물질 등을 걸러서 외부로 배출하여 폐 속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섬모는 마치 채찍과 같은 운동을 하며 정상적으로는 초당 10~20회 운동하는데, 섬모운동 횟수가 휴대폰 전자기파에 의해 11% 정도 줄어드는 것이다.

김현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휴대폰 주파수와 세기의 전자기파를 코 점막에 노출시켰을 경우 세포가 죽지는 않지만 기능적으로 섬모운동 횟수가 느려지는 것을 확인하고, 그 기전이 단백질인산화효소C를 통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요즘엔 담배연기와 같은 유해물질 보다 휴대전화 전자기파에 노출되는 시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코를 비롯한 호흡기 건강에서는 오히려 더 유해할 수 있으므로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비염이나 축농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는 휴대전화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비인후과 SCI 잡지인 후두경(Laryngoscope) 2013년 2월호에 실렸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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