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사 난맥상, 언제까지 봐야하나

      2013.03.19 17:25   수정 : 2013.03.19 17:24기사원문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인사 발표 3일 만에 중도사퇴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주요 공직 내정자가 사퇴한 것은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의 오너인 황 내정자는 "공직에 나서면 보유 주식 전량을 팔아야 하는데 회사가 공중분해될 수 있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주식을 백지신탁하더라도 2개월 안에 모두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황 내정자가 사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참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의 고위공직자 백지신탁제도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2005년에 도입된 것이다. 기업 CEO를 공직자로 영입하려면 청와대 인사팀은 검증단계에서 당연히 따져봤어야 할 사항이다. 가장기초적인 부분의 검증을 대충대충했다가 생긴 사고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고위 공직자 인사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황 내정자의 경우에서 보듯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아예 고장났기 때문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가 거세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한만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대표적인 예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고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각종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을 집행하는 '경제검찰'의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다. 수십년 동안 대기업 이익을 대변해온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가, 그것도 공정거래 전문가가 아닌 세법 전문가가 이런 공정위의 수장을 맡게 된다하니 시끄럽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이력이 공정위원장이란 자리에 어울리는지 들여다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이뿐 아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벌써 청문회를 마쳤지만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고 박대통령은 아직 임명을 미루고 있다. 현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경기 활성화, 경제민주화, 복지 등 당면 현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구렁이 담 넘어 가는 식의 답변을 되풀이했다. 야당은 경제수장이 갖춰야 할 소신과 능력이 결여돼 있다며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김 후보자 역시 무기중개상 고문 경력, 천안함 폭침 직후 골프, 과거 지휘관 재직 시절 리베이트 수수, KMDC 주식 보유 신고 누락 등 여러 의혹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인사검증이 미흡한 것은 박 대통령의 독특한 '나홀로' 인사 스타일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장차관급 인사 때 참모들과 상의하지 않고 홀로 구상을 한 뒤 복수가 아닌 단수(單數)로 후보자를 정한다고 한다.
참모들은 대통령이 자리마다 한 명만 콕 집어 지명하니 적극적인 검증을 하지 않고 반대 목소리를 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면 계속해서 논란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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