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와 non빅4의 상생이 부실감사 막는다

      2013.03.20 15:53   수정 : 2013.03.20 15:53기사원문
#대형 회계법인이 상대적으로 쉬운 기업감사에 의존해 중소 회계법인의 몫까지 잠식하고 있습니다. 대형 회계법인은 컨설팅 위주로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습다.(D 중형 회계법인 임원)

#부실감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중·소형 회계법인 모두가 함께 노력해 상생의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

한 기업이 갑작스럽게 부도위기를 맞으면 부실 회계감사가 늘 논란이 된다. 그 해결책으로 회계산업의 생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저축은행 사태부터 최근의 서울 용산개발 사업 등에 대한 부실 감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저가 수임 경쟁으로 낮아진 보수료 탓만 할 것이 아니라 회계법인의 자정 노력도 우선시 되야 한다는 것.

또한 소위 빅4의 대형 회계법인으로 집중된 기업 회계감사 시장을 고사 위기에 빠진 중소형 법인으로 분산해 상생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20일 "기업 회계감사 시장에서 대형 회계법인에 밀린 중소형 회계법인은 상장폐지 모면 등 부실 기업의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며 "대·중·소 회계법인이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4 매출 전체 회계법인의 55% 이상

대 형 회계법인 4곳의 매출액이 회계 법인 전체 매출액 중 절반을 넘는다.

20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사업연도 회계법인의 전체 매출액은 1조 8429억원으로 전년대비 33%(592억원)증가했다.

이중 삼일, 안진, 삼정, 한영 등 소위 빅4회계법인의 총 매출액은 1조187억원으로 전체 회계법인 매출액 중 55.3%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월말 현재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회계법인이 125개인 점을 감안해 볼 때 90%에 이르는 'NON 빅4' 회계법인이 절반도 안되는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빅4 회계법인의 기업 회계감사가 4197억원(41.2%)로 가장 높다는 것. 반면 과거 업무 비중이 높았던 컨설팅 부문의 매출액은 3926억원으로 전기 대비 11.1%나 줄었다. 대형 회계법인이 고착화돼 있고 상대적으로 수임이 쉬운 기업 회계감사에 열을 올렸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삼일, 안진, 삼정, 한영 등 소위 회계법인 '빅4'가 5년 이상 맡고 있다. 현대자동차(안진) 등 현대·기아차 그룹계열사들도 '빅4'가 모두 5년 이상 감사를 맡고 있다. SK그룹 10개 계열사들도 '빅4'와 평균 3.9년의 계약을 맺고 있었다.

■치열한 경쟁 속 내몰리는 중소 법인

빅4가 회계시장에서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중소형 법인은 부실 회계시장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올 1월 금융당국의 회계법인 품질관리감리제도 실시 결과에 따르면 법인규모별 평균 지적건수는 빅4의 경우 6.6건을 기록했다. 반면 'NON 빅4'인 중소형 회계법인은 두배 가까이 많은 12.0건을 나타냈다.

품질관리제도는 감사계약전부터 감사실시와 감사보고서 발행 및 사후관리까지 감사의 전 과정을 통제·관리하는 감사인의 내부통제제도로 지적건수가 적을수록 제대로 회계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품질관리 수준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면서도 "대형 회계법인에 비해 중소형회계법인의 품질관리수준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중소형 법인은 대다수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며 여러 감사팀 단순집합체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형 회계법인의 인적·물적 자원의 부족 등으로 품질관리가 소홀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모았다.

■회계업계에 부는 상생 바람

회계업계는 부실회계 감사를 막기 위한 자정 노력으로 빅4와 'NON빅4'간의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형회계법인은 해외 파트너와 연대 관계를 통해 컨설팅 시장에 집중하고 중소형 회계법인에게는 생존을 위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에 공인회계사회는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장 취임 이후 상생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우선 빅4 회계법인이 일정 규모 이하의 감사수임을 맡지 않으며 중소 회계법인에게 자생력을 확보해주겠다는 복안이다.


공인회계사는 이미 지난해 강 회장을 포함해 빅4회계법인 대표와 중소 회계법인 대표로 구성된 대표자들과 상생을 위한 협약식을 맺었다.

한 중소 회계법인 대표는 "현재 수임 방식의 기업 회계감사 시장에서 감사수임을 맡지 않겠다는 것이 어느 정도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대형 회계법인과 중소형 법인 대표들이 만나 협약식을 맺었다는 것만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부실 회계감사는 자유경쟁 형식의 기업감사 보수료를 덤핑 등으로 인해 돈을 싸게 받는 것부터 문제였다"며 "상생안이 잘 지켜지면 낮은 보수로 인해 발생되는 부실 감사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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