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일본 축구 심장부서 박지성 세리머니한 사연은?

      2013.04.04 14:11   수정 : 2013.04.04 14:11기사원문
이동국(전북)이 일본 축구의 심장부인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3년 전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하며 한국 축구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동국은 3일 일본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3차전 원정경기에서 교체 출장,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동국의 골이 터지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 응원을 하던 우라와 레즈 팬들은 순간 말을 잃었다. 이동국은 득점을 확인하자마자 우라와 서포터들이 밀집해 있는 골문 뒤쪽으로 향해 당당히 질주하며 우라와 팬들을 응시했다.

이는 바로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박지성이 선보였던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한 것이다. 박지성은 2010년 5월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전반 6분 만에 선제 결승골을 터트린 뒤 일본 팬들로 가득찬 관중석을 무심히 바라보며 마치 산책을 하듯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당시 박지성은 "경기 전 선수 소개 때 야유를 퍼부은 울트라 닛폰(일본 서포터)에게 보내는 세리머니였다"고 말했다.

이동국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동국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골을 넣고 갑자기 경기장 안이 조용해져서 뭔가 잘못된 줄 알았다. 그렇게 시끄럽던 팬들이 너무 조용해졌다"면서 "박지성이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세리머니를 한 것이 생각이 났다. 나를 지켜보고 있는 일본 관중들에게 (나의 존재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사이타마스타디움 곳곳에서는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가 등장했다. 전북은 경기 전날 열린 매니저 미팅에서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욱일승천기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우라와의 일부 팬들은 70여명의 전북 원정 응원단에게 물을 뿌리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우라와 레즈는 지난해 경기당 평균 관중수가 3만명이 넘는 J리그 최고 인기구단이다. 전북전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2만2000여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동국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일본 팬들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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