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다툼 대신 형제애로 뭉쳤더니 ‘고속성장’

      2013.04.11 16:45   수정 : 2013.04.11 16:45기사원문

중견·중소기업들의 형제 경영이 화제다.

일부 대기업이 '형제의 난'을 벌이며 영역 싸움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견·중소기업 2~3세 경영인들이 끈끈한 형제애로 무장, 회사 내에서 협력하거나 회사는 다르지만 같은 업종에서 선의의 경쟁을 보란 듯이 펼치고 있는 것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종합건축자재 기업 KCC는 정몽진 회장과 정몽익 사장이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고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과 승명호 동화홀딩스 회장은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대표 목재기업을 일궜다. 창업주의 뜻을 이어받아 형제가 한우물을 파고 있는 사례는 비단 두 회사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으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하며 한때 기아자동차를 소유했던 삼천리자전거도 3세 경영에 들어서며 형제 간 협력이 더욱 공고해졌다. 삼천리 자전거는 김철호 창업주의 손자인 김석환 사장이 현재 경영을 책임지고 있으며 동생인 김영환 참좋은레져 연구소장은 계열사의 기술개발(R&D)부문을 책임지며 형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삼천리자전거의 과거 사명은 기아산업으로 기아자동차를 현대에 매각하기 전 김석환 사장도 기아자동차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바 있다. 자전거로 시작해 자동차까지 영역을 확대했던 기아산업을 두고 업계에서는 두 바퀴로 시작해 네 바퀴 신화를 썼다고 평하기도 했다.

주주총회에서 좋은기업지배연구소의 사내이사 선임 반대라는 암초에 부딪혔던 KCC의 정몽진 회장과 정몽익 사장은 2005년부터 각자대표로 형제경영을 시작했다.

올해로 9년째 함께 경영에 나선 정몽진 회장과 정몽익 사장이 KCC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은 20년이 훌쩍 넘는다. 심지어 둘은 용산고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KCC와 삼천리자전거가 형제들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면 동화기업과 에이스침대는 창업주의 가업을 이어받되 형제가 각각 다른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케이스다.

동화기업 고 승상배 전 회장의 두 아들인 승은호 코린도회장과 승명호 동화홀딩스 회장은 '목재'를 공통분모로 삼았지만 활동무대는 전혀 다르다. 승은호 회장은 1969년 동화기업의 원목개발을 위해 인도네시아와 인연을 맺었지만 인도네시아가 원목수출을 금지하자 현지 대표기업으로 코린도그룹을 성장시켰다. 동생인 승명호 회장은 MDF, 파티클보드 중심이던 동화의 이미지를 변화시킨 주역이다.

1970~1980년대만 해도 동화기업하면 '합판'을 떠올리기 일쑤였지만 승 회장이 '동화자연마루'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며 '동화=마루'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과 안정호 시몬스 사장도 국내 침대업계를 이끄는 형제다.

4500억원 규모의 침대시장에서 이들 형제는 절반에 가까운 2200억원대를 장악하고 있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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