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호텔업계 비정규직/성초롱기자
2013.04.17 16:31
수정 : 2020.03.27 18:46기사원문
"계약서에 계약 연장은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회사에 속박된 노예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현재 방영 중인 한 드라마에서 비정규직 여주인공이 정규직을 제안하는 부장에게 거절하며 건넨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주인공처럼 정규직을 '노예'라 칭하며 정규직 전환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지며 정부는 일부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오는 2015년까지 추진할 것이라 발표했다. 유통업계에서도 대형마트를 필두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용역업체, 계약직 직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언급되는 호텔업계는 유독 잠잠하다. 이달 한화그룹이 비정규직 직원 19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호텔.리조트 서비스 인력 등이 일부 포함된 것이 전부다. 매출 기준 국내 호텔 1위 기업으로 꼽히는 롯데호텔은 지난해 호텔사업부문의 비정규직 비율이 전년 대비 불과 0.5%가량 감소한 데 비해 면세사업부문에서는 오히려 비정규직 비율이 2%가량 늘었다. 지난해 전체 사업부문 비정규직 비율은 17%였다. 이 업계 2위 기업 호텔신라도 작년 전체 사업부문에서의 비정규직 비율이 17.9%에 달했다.
두 기업 모두 비정규직 비율이 감소했음에도 10대 그룹 대표 계열사 비정규직 평균 비율인 5.9%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용역업체 계약직 직원들까지 더해진다면 실제 비정규직 비율은 더 올라간다.
드라마 속이지만, "이제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 되어버렸다"는 내레이션에 대해 호텔업계가 고민해봐야 할 때다.
longss@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