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말레이시아 프로젝트 이기순·최승화 현장소장

      2013.04.18 22:25   수정 : 2013.04.18 22:25기사원문

【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윤경현 기자】 대우건설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사현장은 지난 1993년 입사한 입사동기 2명이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IB타워 이기순 현장소장(47)과 세인트레지스호텔 최승화 현장소장(45)이 그 주인공이다.

건축공학을 전공한 이 소장은 해외현장이 처음이라 어깨가 더 무겁단다. 아침 6시30분이면 현장에 나와 밤 11시가 돼서야 퇴근한다. 이 소장은 "가족을 데리고 나와 함께 살고 싶지만 너무 바빠서 여느 가장들처럼 챙겨주지 못할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말했다.


가장 힘든 점은 공사장 소음 등에 따른 민원이다. 실제 IB타워 현장 인근에는 36층짜리 아파트를 비롯해 오피스와 주거용 건물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낮에는 상대적으로 시끄러운 작업을 하는 대신, 밤에는 소음이 덜 나는 작업을 위주로 할 수밖에 없다. 더운 나라여서 모두 에어컨을 틀고 문을 닫아놓는 덕분에 그나마 나은 편이란다.

이 소장은 "현지업체들은 공기를 제대로 맞추는 현장이 드물지만 한국업체들은 필요하다면 철야를 해서라도 공기를 잘 맞추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급등한 것도 어려운 대목이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건축사업 허가를 무더기로 내주면서 쿠알라룸푸르 시내가 온통 공사판이 됐다. 이 소장은 "사람이 더 필요한데 적당한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인건비도 1년 새 10% 이상 올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말레이시아어도 배워야 한다. 현장의 관리자들은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말레이시아인이지만 근로자들은 모두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각지에서 온 탓에 영어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인건비는 국내의 4분의 1 수준으로 싼 편이지만 일은 국내 기능공들에 비해 10분의 1 밖에 못한다"며 "생산성이 오르지 않아 답답한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도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공부했다. 턴키 프로젝트의 설계 및 엔지니어링을 주로 맡았다.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강원랜드 카지노 증축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지난 2011년 6월 세인트레지스호텔 공사를 시작할 당시 공사총괄로 왔다가 현장소장으로 승진했다.

최 소장은 "IB타워 현장과 달리 주변이 대부분 오피스빌딩이라 야간작업에 대한 민원이 적은 것은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소장 역시 근로자들의 생산성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는 "생각보다 날씨가 좋고 사람도 좋다"면서 "다만 작업자들의 기능, 즉 숙련도가 낮아 일이 잘 안 돌아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말레이시아에서 터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 대만업체의 경우 말레이시아가 토공과 철골에 약하다는 점에 착안해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결국 말레이시아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업체로 성장했다"며 "기술력으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거나 만들어 말레이시아에서 장기적으로 사업을 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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