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아연도금철선·스테인리스 등 제조 철강업체 한국선재

      2013.04.22 17:11   수정 : 2013.04.22 17:11기사원문

철강업체 '한국선재'의 첫인상은 '겸손'이었다. 연매출 2000억원이 넘는 상장기업에다가 독보적인 기술을 상당수 가지고 있는 '잘나가는' 기업임에도 본사 건물은 수수하고 작았다. 바로 옆에 위치한 웅장한 규모의 공장과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였다. 크고 화려한 사무실과 튼실한 경영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철학이다.

이 회사의 이제훈 대표(48) 역시 일반적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뛰어난 기술력과 제품을 가지고 있으면서 잘난 척하거나 으스대지 않았고 다른 업체를 낮춰보지도 않았다. 평소 특별한 기업설명(IR) 활동도 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직원들과도 격의 없는 편한 존재였다.
권위적인 CEO와 거리가 멀었다. 다만 자랑은 없으되 자긍심은 분명해 보였다.

부산 향토 기업 한국선재는 작지만 강하다. 지난 40여년 동안 최상의 품질과 고객만족, 고객감동을 목표로 기업을 운영해왔다. 이 대표는 "일부러 홍보에 열을 올리거나 잘난 척하지 않고 직원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선재는 이러한 의지와 무관하게 다양한 수식어를 앞에 단 테마주로 등장하고 있다. 물난리가 났을 때는 '4대강 테마주', 동남아 신공항 논의 속에는 '신공항 테마주', 정치인의 제주~목포 간, 한국 서해안~중국 동부 연안 간 해저터널 추진 발언 및 국토교통부 한·일·중 해저터널 뉴스에는 '해저터널 테마주' 등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선재는 왜 테마주로 떠오르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지배구조가 안정돼 있는 등 내실 있는 기업이다 보니 증권가에서 연관시켜 해석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또 다른 설명만 마지못해 덧붙인다. 또 다른 '겸손'이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선재의 면면과 발자취, 포부를 보면 테마주 등으로 주목받는 이유를 추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 회사는 우선 크게 두 부문의 사업으로 나눠져 있다. 아연도금철선과 스테인리스강선 등을 제조.판매하는 선재사업부, 압연 형강류 제조.판매와 철강 상품을 취급하는 철강사업부 등이다.

선재사업부의 아연도금철선은 말 그대로 아연을 액체로 녹인 뒤 철선을 덮어씌운 선이다. 물속이나 땅속을 지나는 케이블에 주로 쓰인다. 한국선재는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 및 일본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이 대표는 "스테인리스 위빙와이어(weaving wire)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아 까다로운 일본에도 다량 이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며 "지난 30여년 기술개발과 품질향상 노하우가 집약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스테인리스와이어는 아름다운 표면광택과 뛰어난 내식성을 자랑한다. 자동차, 선박, 섬유화학, 담수설비, 전자제품 등 산업 전 분야에 사용되며 한국선재는 극세선에서 태선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 중이다.

한국선재는 이 같은 능력으로 지난 2007년 3월 한국 최초로 대륙 간 해저케이블용 아모링와이어를 개발, 세계 3대 해저케이블 제조사인 일본 OCC사에까지 수출했다.

아모링와이어는 깊은 바닷속 수압이나 다양한 형태의 외압으로부터 케이블을 보호할 수 있는 선재(線材)다. 세계에선 프랑스와 이탈리아, 한국 등 3곳이고 국내에선 한국선재가 유일한 기술 보유 기업이다.

쉽게 얘기하면 과거에는 인공위성을 이용, 국제전화나 인터넷을 했기 때문에 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과 일본 등을 비롯해 세계 각국을 연결하는 광케이블이 태평양, 대서양 등 모든 바닷속에 깔려 있기 때문에 전송률이 뛰어나다. 이 광케이블이 아모링와이어다.

이 대표는 "아모링와이어를 만드는 데 1년 반이 걸릴 만큼 모든 노하우를 다 집어넣은 제품"이라면서 "아연도금철선 분야에서 우리 제품 비율이 60%이며 영업이익률은 9.2%에 달하며 와이어 도금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또 철강사업부의 압연 형강류는 철강 구조물로 쓰이는 제품을 만든다.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H빔, ㄱ형강 같은 것들이다.

이 대표는 "한국선재는 고부가가치의 특수형강제품을 만들고 취급하지 않는 제품은 중국 등에서 수입해 공급하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선재의 능력은 내·외부에서도 인정한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 인증, 부산 전략산업 선도기업 인증, 품질경영시스템 인증, 한일산업기술협력 지식경제부 장관상 등 인증 및 수상 경력이 다양하다.

하지만 한국선재는 선재, 철강, 스테인리스와이어 등 현재 사업 및 수준에 머무를 생각은 전혀 없다. 40여년 전통이 '안정'을 줬다면 신성장동력을 개발해 '성장'에도 방점을 찍겠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지분 100%를 회사에서 출자해 자회사인 한선엔지니어링을 설립한 뒤 같은 해 6월 엔지니어링 업체 새한엔택을 인수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분야가 '엔지니어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상은 적중해 9개월 만에 이익을 냈다.


이 대표는 "회사 분류는 철강이지만 목표는 '테크놀로지 기업'"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못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한국선재가 나아갈 길"이라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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