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하고 팔다니.. 못미더운 증권사 리포트
증권사들이 매일 쏟아내는 리포트(보고서)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올 들어 발표한 증권사 리포트 중에 실적 악화우려로 매도 의견을 낸 곳은 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리스크로 증시가 연일 출렁이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대부분 매수의견을 내놓은 셈이다.
■올 들어 매도의견은 단 1건
1일 금융투자업계 및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총 8957건의 리포트가 발행됐다. 이 중 매도 의견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지난 2011년, 2012년에도 2만~3만여건의 리포트 중에 매도의견은 1건에 그쳤다.
올 1.4분기에 5354억원 규모의 영업손실로 어닝쇼크를 낸 GS건설에 대해 메리츠종금증권이 매도 의견을 낸 게 유일하다.또 같은 기간에 비중 축소의견은 GS건설(한화투자증권), 대우증권(유진투자증권)과 만도(동부증권) 등 3건에 그쳤다. 만도의 경우, 지난달 자금난에 빠진 한라건설을 우회 지원하기 위해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 시장의 신뢰를 잃고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특히 올 들어 '강력 매수하라'는 건수는 지난 1월 8건에서 2, 3월 4건으로 줄었다가 지난달 10건으로 늘었다.
코스닥 등 새 정부 출범 이후 상승장을 맞아 강력한 매수세를 타고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종목별로 보면 매수의견이 가장 많은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131건)다. SK하이닉스(123건), 현대차(119건), LG전자(112건), LG디스플레이(111건), NHN(101건), 포스코(100건) 등 시가총액 대형주들이 그 뒤를 이었다.
코스닥에선 다음(58건)을 사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어 CJ오쇼핑(52건), 게임빌(51건), 컴투스(50건), GS홈쇼핑(43건) 등이 상위종목을 차지했다.
특히 증권사 가운데 교보증권이 올 들어 강력 매수 의견을 많이 냈다. SK이노베이션, 엔씨소프트, 이수화학,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이 추천종목이다. 뒤이어 메리츠종금증권이 SBS와 제일모직을, SK증권이 씨젠과 영풍을 강력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매수' 의견 내고 증권사는 팔아
문제는 증권사들이 매수를 추천한 종목에 대해 '매도' 의견 한번 내지 않고 자신들은 순매도하고 있다는 것. 증권사가 올 들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도 매도 의견 한번 내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증권사 내부 보고에선 공개 보고서와 다른 실제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보고서만 믿고 했다간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주가가 떨어지고 실적이 나쁘다면, 매수의견을 중립의견으로 조정하면 그만이다. 그 사이 손해는 보고서를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 몫으로 남는다.
최근 셀트리온 공매도와 관련 대주주 지분 매각 사태와 같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매출 비중이 높은 주고객사인 운용사,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종목 리포트를 제공해 영업하는 판에, 매도의견을 내는 간 큰 애널리스트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증권사 리포트에서 제시하는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그대로 믿지 말고, 보고서에서 분석하는 기업가치와 단서조건 등을 더 비중 있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