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 첫 여성국장 김혜순 공무원노사협력관
2013.05.20 16:59
수정 : 2013.05.20 16:59기사원문
안전행정부의 사상 첫 '여성국장'인 김혜순 공무원노사협력관(사진)은 해당 분야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여성스러우면서도 정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은 남성 못지않다.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지 올해로 22년째를 맞은 김 국장은 지난 10년간 여성정책분야 '외길'을 걸어온 여성정책 전문가다. 지난 1991년 첫 공무원 생활도 여성·노인·청소년 업무를 주관하는 정무제2장관실에서 시작했다.
김 국장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원봉사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을 처음으로 제정해 입법화하는 등 조직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공무원 생활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제가 고민해서 추진한 정책들이 성과로 되돌아와 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당시에는 너무 신기하고 보람을 느꼈습니다"라고 그는 소회를 밝혔다.
그가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1990년대만 해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위나 인식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지만 "본인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는 자세로 임한 것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그는 자평했다.
주위에선 그런 그에게 전공을 살려 여성가족부 등으로 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지만 그는 대뜸 다른 분야를 희망했다. 남성적인 업무로 정평이 자자한 윤리복무관실과 감사관실에 몸을 담게 됐다. 상반된 업무지만 "공무원의 장점은 다양한 분야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이라고 본 김 국장에게는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오히려 남성적이고 거친 분야지만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으로 그는 이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보통 1년에 6개 지자체에 대한 감사를 벌이는데 보름 정도 걸립니다. 1년에 절반 정도는 집 밖에서 보내는 힘든 생활을 하느라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죠"라며 나름의 고충을 토로했다.
감사에 임할 때도 결과만 보지 않고 업무과정과 상황 등을 면밀히 고려해 당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신경을 곤두세웠다. 결과에 상관없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현실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남성들과 부대끼며 보낸 2년여의 감사관 생활을 마친 뒤에는 치과에 다녔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러나 일에 대한 열정이 그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노사협력관 자리에 온 지 한 달 정도 지났지만 김 국장은 지금도 '업무파악' 중이다. 업무 파악에만 2~3개월을 보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업무를 제대로 파악해야 이후 정책 추진과 문제점 등을 정확하고 신속히 해결할 수 있다는 소신 때문이다.
김 국장은 "다음에 태어나도 다시 공무원 생활을 할 것 같아요. 공무원처럼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분야가 흔하지 않죠. 퇴직하면 아파트부녀회장 같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도움만 받았는데 뭔가 작은 단위에서라도 보람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싶어요"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의 이런 열정이 어쩌면 안행부의 첫 '여성국장'을 넘어 첫 광역시 '부지사(부시장)', 나아가 그 이상의 기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