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연가2

      2013.06.04 10:04   수정 : 2014.11.06 05:56기사원문

'광화문연가 2'가 막을 올렸다. 창작뮤지컬이 속편까지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수입 뮤지컬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창작뮤지컬을 통해 새로운 한류를 창출하는 것이 우리의 오랜 과제임을 생각해봐도 즐거운 일이다.

속편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전편과의 차이점이 주요한 화두가 됐다. 물론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거리를 벌리고, 전편과 차별화했는가가 작품의 생명력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관건이다. '광화문연가 2'는 그런 시각에서 보자면 확실히 색다른 재미가 있다. 무대 구성부터가 그렇다.
전면에 드러난 연주자들의 모습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주크박스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구조다. 악기 하나하나가 따로따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 제작사가 쓰는 홍보문구처럼 '음악을 보이게 하고', 선율을 시각화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물론 덕분에 연주가가 또다른 등장인물로서의 정체성도 지니게 됐다. 극의 마지막, 고정된 것 같았던 연주석이 객석으로 물밀 듯 밀려들어오는 '마술'이 전개되면 관객의 환호는 최고조에 달한다.

이런 시도가 이 작품만이 유일한 것은 아니다. 어찌보면 주크박스 뮤지컬에서는 세계적인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사실 '맘마미아'를 두고 뮤지컬계의 재앙이라는 말하는 이들이 많다. 스스로는 새로운 도전이요 위대한 성과였지만, 엇비슷한 구조의 비슷한 주크박스 뮤지컬들을 우후죽순처럼 마구 양산되게 했다는 이유다. 그래도 주크박스 뮤지컬은 여전히 인기 있는 공연 장르로 남아 있다. '맘마미아'식 이야기 틀을 벗어나 새로운 형식미를 추구하는 작품들이 계보를 잇고 있는 덕분이다. 그래서 '밀리언 달러 쿼텟'은 하루밤새 벌어지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스튜디오 녹음실을 배경으로 하고, '저지 보이스'는 생소한 다큐멘터리 기법을 무대로 활용한다. '광화문연가 2'는 그런 스타일이 살아 있어 의미 있는 작품이다. 전작이 '맘마미아'식 스토리의 개연성에 방점을 찍었다면, 새로 시도된 시즌 2에서는 음악적 형식미에 비중을 두고 있다. 기존의 뮤지컬 관객뿐 아니라 그 음악을 즐기던 애호가까지 공연장으로 불러들이려는 적극적인 의도의 방증이다.

그렇다고 음악을 있는 그대로만 쓰는 것도 아니다. 무대의 형식과 틀 거리에 맞게 주크박스 속 음악들은 변형되어진다. '광화문연가 2'도 그렇다. 원래 노래와 달리 라틴 리듬이 가미되고, 현악이나 플루트를 강조하기도 한다. 요즘 방송가의 '불후의 명곡'이나 '나는 가수다'같은 변화다. 1편과 달리 요즘 젊은 관객이 더 많이 환호하는 이유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 시즌 2가 등장하며 12곡이 빠지고 전작에서 누락됐던 6곡이 추가됐다. 특히 비중이 커진 '서로가'의 사연은 각별하다. 고 이영훈 작곡가와 가수 이문세는 수많은 히트곡들을 만들어냈지만 잠시 거리를 두고 지냈던 적도 있다. 이문세가 김현철과 음악적 실험을 시도했던 시기다.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 이들은 다시 만났고, 그때 세상에 나온 노래가 바로 이 '서로가'다. "끝없는 인연 속에 미치듯 너를 만나/아름다운 별을 찾아 함께 가자고 했어/모든 걸 잊었는데 모든 게 변했는데/아름다운 별을 찾아 다시 만나자 했어"라는 노랫말은 그래서 곱씹어볼수록 흥미로운 가사가 됐다. 게다가 현실과 달리 뮤지컬에선 대립각을 세우던 두 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는 단초로 등장하니 시즌 2 제작진의 노림수가 예사롭지 않아 미소짓게 된다.

하지만 역시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음악이다. 시즌 2가 만들어지며 수많은 노래들이 들고 났지만 여전히 무대를 통해 만나는 선율은 감미롭기 그지없다. 작곡가 이영훈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게다가 다른 뮤지컬처럼 공연을 마칠 때 연주자의 모습이 궁금해 무대 곁을 서성댈 필요도 없다.
뮤지컬의 묘미는 단순히 '우리 오빠의 노래'를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감동적인 음악'을 즐기기 위한 예술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새삼 깨닫게 된다. 예술이란 아름다움의 추구가 아닌, 형식의 혁명을 통해 진화된다는 사실도 되새길 수 있게 해줘 좋다.
우리식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의 또다른 진화를 보여준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낸다.

jwon@sch.ac.kr 순천향대 교수·뮤지컬 평론가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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