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일제 황민화운동 주도했다면 ‘친일반민족 행위자’ 맞다”
2013.06.11 11:49
수정 : 2013.06.11 11:49기사원문
헌법재판소는 친일파 구자옥의 후손인 구모씨(71·전 대학교수)가 '일제강점하 반민족 행위 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일파 특별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구씨는 '친일파 특별법' 제2조 13호의 규정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고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해당조항은 일제 강점기에 황국신민화 운동이나 내선융화 정책을 주도한 단체의 구성원이거나 그에 동조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인 인물들을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씨 측은 '황국신민화 운동'은 단순 구호에 불과해 내용이 불분명하고 '적극 주도'라는 표현 역시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등 "법률 조항의 내용이 불명확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단체의 성격을 따지지 않고 사회·문화기관이나 단체를 통하기만 하면 친일 반민족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황민화 정책은 일제의 핵심 식민통치 정책이며, 민족말살, 인력동원 경제수탈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이런 식민지 이데올로기를 적극 유포한 행위를 친일반민족 행위로 규정한 것은 합헌"이라고 밝혔다.
또, 일제 식민지배를 옹호하고 내선융화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저술활동을 했다면 친일단체 주요간부가 아니더라도 '친일반민족행위'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헌법소원 사건의 대상이 된 구자옥(1890~1950)은 서양화가로 193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YMCA를 중심으로 온건민족주의 운동을 펼쳤지만 1938년부터 황도학회, 임전대책협의회, 경성정동연맹 등 친일단체에 참가해 일제의 태평양 전쟁을 옹호하고 전쟁지원을 촉구하는 등 친일활동을 펼쳤다.
해방 이후에는 한민당 창당에 참여하고 미군정기 경기도지사를 역임했으며 한국전쟁 기간 중에 납북돼 사망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