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수장 바뀐 금융지주사 과제 ‘산더미’

      2013.06.11 17:12   수정 : 2013.06.11 17:12기사원문

저금리·저성장이라는 덫에 빠져있는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과제는 한마디로 '산더미'다. 특성화·차별화로 성장성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하지만 새로운 회장을 맞이한 주요 지주사들은 다른 회사와의 '영업전쟁'에 앞서 '내부전투'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KB금융 임영록 내정자는 국민은행장 등 주요 인사와 비전 만들기에 앞서 반발하는 노조의 벽을 넘어야 한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는 정부 지분 매각에 앞서 가벼운 몸집만들기 등 조직 슬림화가 과제다. 11일 공식 취임한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도 중앙회와의 갈등 해소와 관계 설정이 과제로 떠올랐다.

■KB금융, 내부통합·수익개선

다음 달 12일 임시주총에서 차기회장으로 선임되는 임영록 KB금융 회장 내정자(58)는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임 회장은 내부 통합과 리더십 발휘라는 첫 시험대에 올랐다.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자마자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임 내정자는 지난 7일에 이어 10일, 11일에도 국민은행 노조의 반발로 출근도 하지 못했다. 노조와 어떤 타협점을 찾을지 관심이다.

임 내정자 측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노조와의 갈등을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달 13일 공식 취임 이후 KB금융 최대 자회사인 국민은행장을 뽑고, 임원 인사 등을 단행할 예정이다.

특히 KB금융은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유력 금융사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임 내정자는 '노조의 벽'을 넘은 이후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비롯해 우리금융 자회사 인수 방안도 적극 검토할 전망이다.

수익성 회복도 다급해진 과제다. KB금융의 1·4분기 순이익은 41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나 감소했다.

신사업 창출과 글로벌 진출 등 묘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회장 내정자가 노조와의 타협점을 찾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추진했던 주요 전략에 대한 수정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금융, 조직슬림 후 지분매각

이순우 회장 내정자는 자회사 대표와 은행과 지주의 임원 인사를 통해 '새판짜기'에 들어갔다.

이팔성 전 회장 재임 때 비대해진 지주회사 조직을 30% 이상 줄여 슬림화하는 등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이 회장 내정자의 최대 숙제는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지분(56.97%) 매각이다.

이 회장 내정자는 우선 인사를 통해 조직을 슬림화해 정부의 지분 매각 방안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분리 매각 원칙을 정하고 우리금융지주,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을 3개의 지주회사 형태로 인적분할해 매각하는 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달 말 정부 지분 매각 방안이 구체화되기 전에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인다"며 "이 내정자가 오는 14일 공식 취임하면 자회사와 지주사 임원 인사 등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은지주, 정책금융 역할 커져

산은지주는 정책금융기관 개편의 중심에 서 있다. 전 정부에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흡수하는 문제가 핵심이다.

이에 따라 조직 안팎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내부를 달래야 하는 상황이다.

또 산은지주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지원과 조선·해운·건설 업종의 구조조정 과정에도 깊게 관여해야 한다. 강만수 전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소매금융 사업을 축소하고 정책금융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한편 상대적으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없었던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주요 지주사 회장이 바뀐 상황에서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전략 모색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은 규제산업이라는 특성이 있지만 주요 지주사 회장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은행 간 고객 확보 전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협금융, '구원투수' 효과 관심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54)은 이날 취임식에서 "금융지주 체제를 조속히 그리고 확고하게 안정화 시키는 데 힘써 나갈 것"이라며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주주인 중앙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중앙회와 불거졌던 갈등을 해소하고 조화와 화합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임 회장은 신동규 전 회장의 전격 사임으로 선임된 장관급 '구원투수'다. 그가 불을 끄고, 농협금융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지 관심사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한 회사다. 경영·인사·예산 부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신동규 전 회장이 중도 사퇴한 이유다.

임 회장이 중앙회의 경영 간섭과 자유롭지 못한 의사결정 구조를 어떤 방정식으로 풀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농협금융 일각에서는 최근 중앙회 후임 인사에 대해 최원병 회장의 '친정체제'가 확고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임 회장이 임기 2년 동안 얼마만큼 농협금융의 자율경영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경영 성공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sdpark@fnnews.com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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