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0주년 경남 산청 ‘지리산고등학교’ 가보니
2013.07.17 04:17
수정 : 2014.11.04 19:56기사원문
지리산 동측 자락에 위치한 경남 산청의 작은 시골학교인 지리산고등학교(www.jirisan.hs.kr)는 저소득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100% 무상 기숙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9일 서울에서 승용차로 반나절 넘게 달려 지리산고에 도착하자 컨테이너 박스들이 가장 먼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이들 컨테이너박스를 남·여 학생용 기숙사와 교사들의 숙소로 사용한다는 학교측의 얘기에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다. 컨테이너숙소 곳곳에는 학생들이 빨아 널어놓은 이불 등 세탁물들이 내걸려 있다. 폐교된 백곡초등학교 분교를 매입해 지난 2003년 개교한 지리산고는 이처럼 시설이나 학생들의 수업여건은 넉넉지 않지만 매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등 서울의 명문대학 입학생을 배출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임동규 학생(2학년)이 KBS 퀴즈대한민국에서 퀴즈영웅(우승상금 6000만원)에 오르면서 유명세를 탔다.
■"성적보다는 인성교육이 먼저"
도회지나 정규 고등학교 등에 비해 시설면에서 교육환경이 좋지 못한 지리산고 학생들이 이처럼 우수한 성과를 거두는 비결은 뭘까.까. 이런 의문은 지리산고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처음 만난 낯선 방문객들에게 한결같이 밝은 미소와 함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며 반갑게 맞이한다.
이 학교를 설립한 박해성 교장은 "학생들에게 성적보다는 인성을 먼저 가르친다"고 강조했다.
박 교장은 "학교 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인성을 제대로 갖추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인성이 좋지 않은 공부를 잘해도 쓸모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흔히 듣는 얘기지만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인사성 밝은 지리산고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더 힘이 실리는 듯했다.
박 교장은 "학생 대다수가 저소득층·소외계층 출신 자녀들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할 것 같아 먼저 인사성이라도 밝으면 사회생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예절부터 가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예의범절은 물론 봉사정신도 몸에 배어 있다. 목요 정기봉사, 다문화 가정 봉사, 점심 봉사, 봉사하는 체험학습, 해외 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리산고는 이 같은 학생들의 봉사활동 등에 힘입어 지난 2006년 열린 푸르덴셜 전국자원봉사 대회에서 경남지역 1위, 전국 3위를 차지했다.
■매년 서울대 등 명문대 입학생 배출
학년당 1개 반씩 3개 학급 총 56명으로 구성된 이 학교는 전국에서 다양한 학생들이 몰려온다. 이 때문에 입학 경쟁률은 5대 1에서 최고 10대 1까지 되기도 한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선교사 추천으로 잠비아, 코트디부아르, 키르키스스탄, 네팔 등에서 온 학생들도 있다. 잠비아 출신 켄트 카마숨바 학생은 지난 2010년 서울대 농생명학과에 합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국인 학생 중에는 지난 2011학년 입시에서 서울대 의예과에 학생회장이던 김자정 학생이 합격하는 등 다수의 졸업생이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했다.
학교가 유명세를 타면서 유명인사들의 자발적인 특강도 줄을 잇고 있다.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 라종일 전 일본 대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백승재 변호사(한국사내변호사회장), 김병지 축구선수 등이 학교에서 전문가 특강을 펼쳤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전문가 특강은 학생들에게 큰 자부심을 주고 있다. 그러나 박 교장은 학생들에게 졸업과 동시에 지리산고를 잊으라고 당부한다. 그는 "졸업 후에는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게 지리산고를 더 빛내는 일"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기회 확대 위해 후원 접수
한편 국민은행의 서울 을지로입구지점(지점장 신재천)은 이날 사회봉사활동의 일환으로 학생복지 등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금을 전달했다.
지리산고는 보다 많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학생 1인당 3명 이상의 후원자 모으기'와 교육재능기부 등 각종 후원을 받고 있다. 후원 문의(055)973-9723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fncast 채진근, 박동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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