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가져야 부자일까
2013.08.02 17:20
수정 : 2013.08.02 17:20기사원문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적당한 소유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만 지나친 소유는 소유 자체가 주인이 되어 소유자를 노예로 만든다"고 말했다.
여기서 니체가 말하는 '적당한 소유'가 얼마만큼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미국의 부자들 사이에서는 500만달러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치면 거의 56억원이다. 아마 전 세계 선진국 국민 중 99%는 없을 액수의 돈이다.
최근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투자자산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을 보유한 미국의 자산가들과 UBS 웰스매니지먼트 아메리카스의 고객 4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 중 대다수가 "최소한 500만달러의 자산을 보유해야 재정적 고통에서 자유스러워질 수 있다"고 대답했다.
즉, "스스로 부자라고 느끼기 위해서는 500만달러의 재산이 있어야 된다"는 얘기다.
우리는 부자들을 흔히 '백만장자(millionaire)'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재산이 100만달러가 있으면 부자라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 미국에서는 100만달러는 부자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UBS의 이번 설문조사에서 성인 자녀를 둔 투자자의 80%가 자녀와 연로한 부모 등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20%는 성인 자녀와 집을 공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UBS 웰스매니지먼트 아메리카스의 에밀리 파슈터 대표는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이 원할 때에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여건"이라며 이와 같은 여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00만달러가 있어야 된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500만달러는커녕 10만달러도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와 같은 재력가들의 한탄이 '팔자 좋은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 평균 생활비가 가장 높은 뉴욕에서 '부자'로 살기 위해 500만달러는 그렇다고 아주 천문학적인 액수도 아니다.
시장조사기관인 공동체 경제연구위원회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의 평균 주택 가격은 130만3000달러(약 14억7000만원)로 미국에서 가장 높았다.
평균 월세 비용 역시 약 4000달러(약 44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에서 4인 가족이 오붓하게 영화관을 찾아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관람하면 100달러가 든다.
뉴욕에서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브루클린과 퀸즈 역시 미국에서 생활비 기준으로 2위와 6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각각 조사됐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지인이 있다.
뉴욕에서 큰 규모의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 지인은 100만달러가 넘는 집을 소유하면서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이 지인은 최근 소주 한 잔을 마시면서 기자에게 '푸념'을 했다.
주택담보(모기지) 대출 상환에 들어가는 비용이 매달 5000달러, 자신과 아내의 자동차 대출 비용이 매달 1500달러, 부동산 세금 2000달러, 올해 사립대학 3학년이 되는 딸의 학비가 매년 5만달러, 주립대학 1학년에 입학하는 아들의 학비가 2만달러 등등….
이렇게 따지니 이 사람이 그냥 '숨만 쉬면서'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매달 1만5000달러(약 1700만원)가 넘었다.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민족으로 꼽히는 유대인들의 문화에는 "부자가 되는 한 가지 방법은 내일 할 일을 오늘 하고 오늘 먹을 것을 내일 먹어라"라는 속담이 있다.
500만달러를 벌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자 민족의 조언을 받아들일 수밖에….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