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필리핀 속의 스페인’

      2013.08.09 03:40   수정 : 2013.08.09 03:40기사원문


【 마닐라(필리핀)=송동근 기자】필리핀에는 세부, 보라카이, 다바오, 마닐라 등 손꼽히는 천혜의 여행지가 많다. 게다가 미국, 영국에 이은 세계 3대 영어권, 값싼 물가, 친절한 국민성도 여행지로서 큰 매력이다. 그중에서도 스페인 여행가들이 1521년 처음 발견해 건설하기 시작한 메트로 마닐라는 필리핀의 중심으로 전통문화와 현대적 감각이 살아숨쉬는 대표 여행지로 꼽힌다. 서구 열강의 오랜 식민통치에 의해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그곳으로 떠나보자.

■빌라 에스쿠데로와 인트라무로스

빌라 에스쿠데로(Villa Escudero)는 필리핀의 옛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에스쿠데로 가문의 사유지다. 키 큰 야자수 나무들이 숲처럼 우거진 길목을 따라 조금만 지나면 작은 마을처럼 꾸며진 빌라 에스쿠데로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은 박물관을 비롯해 전통공연장, 새끼돼지 통구이, 바나나 튀김 등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마치 정글에 온 것 같은 폭포수 레스토랑은 여행객의 입맛을 돋우며 발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검은 물소가 끄는 이동 수단 카라바오(Carbao) 역시 재미있게 타볼 수 있는 체험거리. 특히 물줄기를 강처럼 끌어와 폭포를 만든 후 그 아래 야외 노천 레스토랑을 만들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마닐라 중심부에 자리한 인트라무로스도 재미난 구경거리로 가득하다. 거대한 성벽이 둘러쳐져 있는 이곳은 1571년 스페인 정복자들이 세운 '성벽도시'로 '필리핀 속의 스페인'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유럽풍 건물과 성당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1940년대 태평양전쟁의 격랑 속에서도 중세풍 유적과 유물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시아 유일의 유럽식 강성 도시로 건설한 이곳은 성벽이 64만㎡의 면적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으며 성벽 일부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던 도개교가 설치돼 있다. 성벽 안쪽으로는 수많은 주택과 교회, 학교 등이 들어차 있어 300년 이상 스페인 지배의 중심지였음을 실감케 해준다. 인트라무로스라는 도시 이름도 '성벽 안쪽'을 뜻하는 라틴어 '인트라 무로스(intra muros)'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슬픈 역사 간직한 산티아고 요새

산티아고 요새(Fort Santiago)는 인트라무로스에서 북서쪽으로 드나들 수 있는 관문이자 가장 오래된 요새다. 1571년 공사를 시작해 필리핀인들의 강제 노동으로 약 150년에 걸쳐 만들어져 당시 아픔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는 스페인이 필리핀을 지배하기 전 필리핀을 통치했던 이슬람의 라자 술라이만이 지은 성이 잿더미로 변한 자리에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곳은 필리핀을 점령한 스페인이 자신들의 정부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방어 요새로 과거에는 필리핀 사람들은 절대 출입할 수 없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필리핀 식민지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대표적 관광지로 각광받으며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카사 마닐라(Casa Manila Museum)는 인트라무로스 내부의 산 루이스 대광장 안에 자리한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필리핀 귀족들이 사용하던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정갈하게 전시돼 있다. 실제 귀족들이 사용하던 집을 개조해 만든 카사 마닐라는 '바하이 나바토'라고 불리는 스페인 식민지 양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타가이타이 '도시인의 탈출구'

마닐라 남쪽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는 타가이타이는 연중 꽃이 만발하고 곳곳에 자리 잡은 언덕은 파인애플 열매로 뒤덮여 있어 도시인들이 일상을 떠나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타알 화산과 함께 시원한 날씨, 도시와의 근접성 때문에 번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의 탈출구가 되고 있다. 특히 타가이타이 숲은 도시 밖의 자연을 즐기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은 피크닉객은 물론 사랑하는 연인과 시간을 보내기에도 더없이 좋은 장소로 꼽힌다.


필리핀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여행지의 하나인 타알 화산(Taal Volcano)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화산 안에 호수가 있고 그 안에 또 화산이 있는 특이한 구조로 돼 있어 매우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규모는 비교적 작은 화산에 속하지만 아직도 활동 중인 활화산이어서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방카(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약 45분이면 화산에 도착할 수 있고 여기서 15분 정도만 더 걸으면 정상에 위치한 분화구를 볼 수 있다.

dkso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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