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때 밀반출된 호조태환권, 韓·美 수사기관 공조로 국내 환수
2013.08.27 17:13
수정 : 2013.08.27 17:13기사원문
미국으로 밀반출됐던 문화재가 한·미 수사기관의 공조로 국내로 되돌아 오게 됐다.
대검찰청은 27일 미국으로 유출됐던 '호조태환권 원판'(사진)을 환수해 국내로 들여온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박은재 검사장)은 이날 대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는 9월 3일 오후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 채동국 검찰총장과 변영섭 문화재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성 김 주한 미국대사로부터 미국 측이 수사를 통해 몰수한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을 전달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국으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가 외국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공식적으로 환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조 태환권은 1892년 고종황제 때 구 화폐를 신화폐로 교환해주기 위해 인천전환국에서 발행한 것으로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근대 지폐다. 5냥과 10냥, 20냥, 50냥권 발행이 진행됐지만 인천전환국을 장악한 일본이 태환권을 악용해 경제침탈을 강화할 것을 우려해 고종이 계획을 중단시켜 실제로는 유통되지 못했다.
발행이 중단된 호조태환권은 곧바로 소각됐고 이 때문에 현재 인쇄된 태환권은 극소수만 남아 있다. 문화재 시장에서는 호조태환권은 '부르는 게 값'이어서 인쇄원판의 가격은 더욱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재 전문가에 따르면 이 원판은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주한미군인 라이오넬 헤이스(1991년 사망)가 덕수궁에서 가져갔다는 것을 정설로 보고 있다. 그 뒤 유족에 의해 보관돼 오다 2010년 4월 미국 미시간의 소도시 경매장에 경매물건으로 등장하면서 국내에 알려지게 됐다.
우리 정부는 당시 원판을 낙찰받은 재미교포 윤모씨와 접촉해 "호조태환권 원판은 불법적으로 유출됐고, 이를 매입하면 장물취득으로 처벌받는다"는 점을 고지했지만 윤씨는 이를 무시하고 경매대금을 완불한 뒤 소유권을 취득했다.
이로 인해 윤씨는 미국법상 장물취득 혐의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으며 소유권을 포기한 뒤 석방됐다. 검찰은 "장물이라는 점을 고지했는데도 취득했으므로 범죄가 성립된 것"이라며 "윤씨가 소유권을 포기한 직후부터 본격적인 환수절차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관계자는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은 국가소유여서 당시에도 매매 및 증여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앞으로 유사한 경로로 유출된 문화재가 수사기관 간 공조를 통해 환수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환수와 관련해 "미 국토안보부 등 주요 수사기관이 나서 환수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며 "그간 국내 검찰과 HSI(미 국토안보부 수사국) 과의 오랜 공조관계와 축적된 신뢰가 환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