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보다

      2013.08.30 03:52   수정 : 2014.11.03 17:09기사원문


【 도쿄(일본)=송동근 기자】 한국인에게 제일 만만한 해외 여행지는 일본이다. 이동 거리가 짧고, 음식도 입에 맞고, 영어나 일어를 잘 못해도 의사 소통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도쿄는 한국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무더위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던 지난 금요일, 2박3일 일정으로 도쿄를 다녀왔다. 금요일 오전 일찍 서울 김포공항을 출발해 시부야, 하라주쿠, 롯폰기, 오다이바, 아사쿠사 찍고 일요일 밤 도쿄 하네다공항을 통해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나름 '빡센' 일정이다.



■첫째날-시부야·하라주쿠를 주유하다

김포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오전 11시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하네다공항과 도쿄 도심을 연결하는 모노레일과 JR 야마노테선을 이용해 숙소인 도미인 시부야 호텔에 도착한 것이 오후 1시. 짐을 풀고 호텔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메이지신궁을 찾았다. 메이지 천황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메이지신궁은 일본인에겐 성스러운 곳이겠지만 도쿄를 찾은 여행객은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공원으로 생각하면 된다. 메이지신궁과 맞붙어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요요기공원을 산보 삼아 느릿느릿 걷는 것도 여행의 여유를 찾는 좋은 방법이다.

메이지신궁을 나와 다시 하라주쿠역 앞에 서니 밥때를 놓쳐 출출해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는데 우선 요기를 하는 것이 급선무. 하라주쿠역에서 오모테산도힐스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유명한 라면집 '이치란(一蘭)'을 찾았다. 고춧가루와 마늘로 얼큰하게 맛을 낸 라멘 맛도 일품이지만 독서실 분위기의 1인석에 앉아 라멘을 먹는 것도 재밌는 체험이다. 메뉴는 라멘(750엔) 하나뿐이고 여기에 달걀(100엔), 사리(150엔), 공기밥(200엔) 등을 추가 주문할 수 있다.

하라주쿠에서 시부야까지는 JR 야마노테선으로 한 정거장 거리. 시부야역 하치코 방면으로 나가자 거리에는 어깨를 맞부딪히며 걸어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도쿄의 대표 이미지로도 곧잘 사용되는 시부야 스크램블 건널목이다. 도쿄 젊은이들의 열기로 후끈 거리는 시부야에는 도큐핸즈, 파르코, 로프트, 마루이시티, 시부야 109 등 유명한 쇼핑센터와 백화점이 밀집해 있어 한국에는 없는 물건을 '득템'하려는 여행객들에겐 필수 나들이 코스다.



■둘째날-롯폰기힐스 찍고 디즈니씨로

이튿날은 롯폰기를 거쳐 디즈니씨 쪽으로 이동했다. 롯폰기는 원래 일본에 거주하는 미군들이 즐겨 찾던 클럽이 몰려 있던 곳이지만, 지난 2003년 지상 54층 규모의 롯폰기힐스가 들어서면서 사정이 좀 달라졌다. 롯폰기힐스 맨 꼭대기층에 있는 모리미술관을 비롯해 도쿄국립신미술관, 산토리미술관 등이 삼각구도를 이루면서 새로운 소프트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것.

모리미술관은 미술관 관람과 함께 도쿄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쿄시티뷰) 입장이 가능해 한 번쯤 올라가보는 게 좋다. 모리미술관은 현재 개관 10주년을 맞아 '러브'라는 타이틀로 기념전을 열고 있는데, 샤갈에서부터 구사마 야요이까지 세계적인 미술가들의 작품이 총망라돼 있다.

지난해 도쿄 스카이트리가 개장하기 전까지 도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였던 롯폰기힐스는 도쿄의 상징과도 같은 도쿄타워가 눈에 잡힐 듯 가까이 있어 새로운 경관을 제공한다. 날씨가 맑은 날은 후지산도 보인다고 하지만 그건 운명의 소관. 밤 11시까지 개방하기 때문에 저녁 늦은 시간에 찾아 도쿄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입장료는 모리미술관 관람을 포함해 1500엔.

도쿄 디즈니랜드는 연간 평균 방문객이 260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테마파크다. 그러나 디즈니랜드의 놀이시설들은 대개 유아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어른들에게는 흥미를 유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에 비하면 지난 2001년 개관한 디즈니랜드의 동생 격인 디즈니씨(Disney Sea)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선사한다. 바다를 테마로 한 디즈니씨에는 타워 오브 테러, 인디애나 존스 어드벤처, 센터 오브 디 어스 등 스릴 넘치는 탈거리가 많다.



■셋째날-아사쿠사에서 오다이바까지

에도 시대의 풍경을 보고 느끼고 싶다면 아사쿠사로 가면 된다. 아사쿠사는 14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지역으로 에도 시대에는 일본 최대의 유흥가, 개화기에는 무성영화와 함께 오락문화의 메카로 명성을 떨쳤던 곳이다. 도쿄 시내를 유유히 흐르는 스미다강변에 위치한 아사쿠사에는 거대한 풍등이 인상적인 가미나리몬을 비롯해 일본색 짙은 공예품을 살 수 있는 나카미세도리, 참배객들로 늘 붐비는 도심 사찰 센소지 등이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도쿄 시내를 한 바퀴 도는 야마노테선을 타고 우에노역에 내려 도쿄메트로 긴자선으로 갈아 탄 다음 종점인 아사쿠사역에 내리는 게 가장 좋은 접근 방법이다.

나카미세도리에서 파는 녹차빙수 사먹기, 붉은 풍등이 흔들리는 가미나리몬 앞에서 사진찍기는 꼭 잊지 말 것.

아사쿠사가 도쿄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면 도쿄만 일부를 매립해 건설한 인공섬 오다이바는 도쿄의 현재 혹은 미래다. 도쿄 도심과 오다이바를 연결하는 무인 전동차 유리카모메를 타고 레인보 브리지를 건너면 덱스 도쿄비치, 아쿠아시티, 비너스포트 같은 쇼핑센터와 자유의 여신상이 우뚝 서 있는 오다이바 해변공원, 도요타가 운영하는 자동차박물관 메가웹, 지름 100m의 대관람차가 있는 도쿄레저랜드 등 가볼 만한 곳들이 산재해 있어 반나절 이상의 시간은 투자해야 웬만한 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도쿄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이곳에선 오렌지 빛으로 빨갛게 물드는 도쿄만의 석양과 레인보 브리지 너머로 보이는 도쿄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안성맞춤한 장소다.

dkso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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