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과장 사퇴 “전설 속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로 남겠다”
2013.09.14 17:17
수정 : 2014.11.03 12:45기사원문
13일 밤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이 "정치적 중립성의 후퇴로 비칠 수 있는 총장사퇴를 재고해 달라"는 성명을 낸데 이어, 14일에는 김윤상 대검찰청 감찰 1과장(44·사법연수원 24기)가 사의를 표명했다.
김 과장(부장검사급)은 이날 검찰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경솔하지만 창피하지 않은 결정을 내리려 한다"면서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 과장은 "총장의 단호한 엄호하에 내부의 적을 단호히 척결해 온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면서 "차라리 전설 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아들딸이 커서 2013년 초가을 훌륭한 검찰총장이 모함을 당하고 억울하게 물러났다고 배웠는데 그때 아빠도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느냐라고 물어 볼 때 대답하기 위해 물러난다"고 언급하는 등 채 총장이 부당하게 물러나게 됐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후배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장관)직을 걸 용기없는 장관과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이라는 표현으로 법무부의 채 총장에 대한 감찰지시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 과장은 윌 스미스가 주연한 'Enemy of State'를 언급하며 "학도병의 선혈과 민주시민의 희생으로 지켜 온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에 짓눌려서는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혔다.
또 "하늘은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라고 한 경구를 캠퍼스에서 보고 다녔다면 자유와 인권, 정의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한다"면서 "어떤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사람답게 살기위한 절대가치는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과 대검 감찰1과장 등 채 총장을 전격 퇴진시킨 법무부와 청와대의 결정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이 잇따르면서 검찰 내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김윤상 과장의 사의표명 전문-내가 사직하려는 이유>
Ⅰ
또 한번 경솔한 결정을 하려 한다. 타고난 조급한 성격에 어리석음과 미숙함까지 더해져 매번 경솔하지만 신중과 진중을 강조해 온 선배들이 화려한 수사 속에 사실은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온 기억이 많아 경솔하지만 창피하지는 않다.
억지로 들릴 수는 있으나, 나에게는 경솔할 수 밖에 없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법무부가 대검 감찰본부를 제쳐두고 검사를 감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그래서 상당 기간의 의견 조율이 선행되고 이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검찰의 총수에 대한 감찰착수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이는 함량미달인 내가 감찰1과장을 맡다보니 법무부에서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협의할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이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 본연의 고유업무에 관하여 총장을 전혀 보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책임을 지는게 맞다.
둘째, 본인은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직을 걸어놓고서 정작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총장의 엄호하에 내부의 적을 단호히 척결해 온 선혈낭자한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 차라리 전설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게 낫다.
셋째, 아들딸이 커서 역사시간에 2013년 초가을에 훌륭한 검찰총장이 모함을 당하고 억울하게 물러났다고 배웠는데 그때 아빠 혹시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위해서이다. '아빠가 그때 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우둔해서 총장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훌훌 털고 나왔으니까 이쁘게 봐줘'라고 해야 인간적으로나마 아이들이 나를 이해할 것 같다.
Ⅱ
학도병의 선혈과 민주시민의 희생으로 지켜 온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속에 짓눌려서는 안된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딸이 'Enemy of State'의 윌 스미스처럼 살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하늘은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경구를 캠퍼스에서 보고 다녔다면 자유와 인권, 그리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한다.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절대가치는 한치도 양보해서는 안된다.
미련은 없다. 후회도 없을 것이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기 위해 난 고개를 들고 당당히 걸어나갈 것이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