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 곳/전통酒 따라가니 명절 피로가 술술 풀리는구나
2013.09.16 16:55
수정 : 2014.11.03 12:21기사원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추석연휴는 주말까지 이어지는 총 5일간의 황금연휴다. 그동안 못 만났던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 음식을 맛보며 넉넉하게 정을 나누는 시간은 추석이 가져다주는 선물과도 같다. 모처럼 모인 가족이 긴 추석 연휴기간에 집에만 있을 순 없는 일. 이에 한국관광공사가 추석에 다녀오면 좋을 곳으로 경기 광주, 경북 영주 등 전통주의 고장 5곳을 추천했다.
■400년 전통 순곡 증류주 '남한산성소주'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는 조선 선조 때부터 빚어 먹었다는 '남한산성 소주'가 400년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남한산성 소주의 맛과 향을 오늘날에 재현해 처음으로 선보인 이는 강석필 옹이다. 그가 지난 1994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13호로 지정된 이래 현재는 아들 강환구씨가 3대째 전통을 잇고 있다.
알코올 도수 40%의 증류주인 남한산성 소주에는 쌀, 누룩, 물 이외에 조청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조청이 술의 독특한 맛과 함께 그윽한 향을 더해주고 저장성도 높여준다. 강환구씨는 몇 해 전부터 탁주 생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100% 국내산 친환경 무농약 쌀로 만든 탁주 '참살이 막걸리'는 현재 일본과 미국 등에도 수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막걸리로 발효·숙성시켜 만든 쌀찐빵 역시 여행객들에게 큰 인기다.
남한산성, 경기도자박물관, 분원백자자료관, 팔당호 등으로 이어지는 나들이 코스 역시 일품이다. 경기 광주시청 문화공보담당관실 (031)760-2725
■찹쌀·단호박으로 만든 강원 홍천 '동몽'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에 자리한 양조장 양온소는 전통주 '동몽'과 '만강에 비친 달'이 빚어지는 곳이다. 방문객들은 흔히 이곳을 '전통주조 예술의 곳간'이라 부른다.
전통주란 우리 농산물을 주원료로 빚은 술을 일컫지만, 양온소에서 말하는 전통주란 쌀을 주원료로 하고 전통 누룩을 발효제로 옹기에서 오랜 시간 발효시킨 것을 말한다.
'양온소'란 이름은 고려시대 술을 빚던 관공서(양온서)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그 시대의 맛과 향을 그대로 간직하며 오늘날에 선보이는 전통주 '동몽'은 전통 누룩과 찹쌀, 단호박으로 빚은 알코올 17%의 약주다. 같은 재료로 빚는 '만강에 비친 달'은 알코올 10%의 탁주로 부담 없이 마시기에 제격이다. 그야말로 두 술 모두 '맛있는' 술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전통주의 맛과 함께 돌아볼 수 있는 홍천의 여행지로는 천년 고찰 수타사를 비롯해 들꽃이 아름다운 생태숲, 아이들의 놀이터 홍천생명건강과학관 등이 꼽힌다. 강원 홍천군청 관광레저과(033)430-2471
■집에 술 익거든… 충북 충주 '청명주'
충북 충주의 전통주 '중원 청명주'는 음력 3월 청명에 마시는 절기주로 조선시대 실학자 성호 이익이 즐겨 마셨다고 전해진다. 이 술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겼던 것을 지난 1986년 충북 충주시 가금면 창동에서 몇 대에 걸쳐 터를 닦고 살아온 김영기 옹이 고문헌 '향전록'을 바탕으로 복원했다. 지금은 그의 아들 김영섭씨가 4대째 술을 빚어오고 있다. 청명주는 찹쌀과 밀 누룩만으로 만들어지며 곡주의 깊은 향과 과일향, 맑은 황금빛이 특징.
창동 주변 술박물관 리쿼리움에서는 와인, 맥주, 브랜디 등 세계의 술 역사와 문화를 만나보고 행복숲체험원에서는 삼림욕과 함께 목공예 체험도 즐겨볼 수 있다. 이어 농산물 장터 예그린팜에서는 직접 수확한 옥수수로 맛있는 팝콘도 만들어 보고 성마루미술관의 미술 작품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충주 여행 마지막 코스로는 '왕의 온천'이라 불리는 수안보온천에서 쌓였던 명절 피로를 말끔이 씻어내는 건 어떨까. 충주시청 관광과 (043)850-6713
■경북 영주의 건강전통주 '소백산 오정주'
경북 영주 귀내마을에는 480여년 전부터 박씨들이 터전을 잡고 오랜 세월 동안 빚어온 '오정주'가 전해진다. 솔잎을 비롯해 구기자, 천문동, 백출, 황정 등 몸의 기운을 북돋는 한약재가 들어가는 오정주를 계승하고 상품화한 사람은 '소백산 오정주' 박찬정 대표. 그가 어머니에게서 배운 오정주 빚기를 계량화하고 고서를 찾아 고증하고 발효공학을 공부해 완성한 술은 바로 청주가 아닌 소주다. 오정주는 소주이긴 하지만 청주의 부드러움과 약효만은 고스란히 옮겨 담아 건강주로도 통한다.
오정주 술도가가 있는 경북 영주 주변에는 이 지역 대표 관광지인 소수서원과 부석사가 있고, 부석사 가는 길에 있는 쉼터 '애플빈커피'는 영주 사과의 아삭한 달콤함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또 영주 가흥동의 마애여래삼존상과 여래좌상, 무섬마을 등도 영주의 주요 볼거리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영주 선비촌에 들르면 추석 연휴를 맞아 다채롭게 펼쳐지는 특별공연 및 민속놀이 체험도 즐길 수 있다. 경북 영주시청 관광산업과 (054)639-6601
■조선 왕들이 마시던 술 '해남 진양주'
땅끝마을 전남 해남의 '진양주'는 조선의 임금이 마시던 술로 유명하다. 구중궁궐에서 마시던 술이 해남의 가양주(집에서 담근 술)가 된 사연도 전해진다. 조선 헌종 때 술을 빚던 궁녀 최씨가 궁에서 나온 뒤 사간 벼슬을 지낸 김권의 후실로 들어가게 된다. 이후 최씨에게서 술 빚는 법을 배운 김권의 손녀가 해남의 장흥 임씨 집안으로 시집을 가면서 그 맥이 오늘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1년 프랑스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를 비롯해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등에서 만찬상에 올랐을 만큼 그 맛이 뛰어나다. 진양주는 순수하게 찹쌀과 누룩만으로 빚었지만 마치 꿀을 섞은 듯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진양주와 함께 해남은 남도 여행의 1번지로 꼽힌다.
전남 지역 대표 사찰인 대흥사를 둘러보고 케이블카로 두륜산 정상에 오르면 해남의 들녘과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전남 해남군 관광안내소 (061)532-1330
dksong@fnnews.com 송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