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개혁 방안
2013.10.13 17:34
수정 : 2014.11.01 13:41기사원문
지식정보사회에 있어 국가정보기관의 정보 역량은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면 후속 정보활동을 통해 전쟁 억제를 하거나 전쟁이 나더라도 속전속결로 종전시킬 수 있다. 1961년 종합정보기구인 중앙정보부가 창설되고 국가안전기획부로, 다시 국가정보원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국내외 정보 수집, 분석, 생산, 정부부처 보안 점검, 국가정보의 기획.조정 등의 임무를 담당하며 우리 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정보체계의 운영과정에 대한 문제점과 개혁에 대한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정권 유지 도구로의 악용, 일부 세력들의 무분별하고 편향적인 국가 중추기관 폄훼, 정보 독점 및 정보협조 미약, 대통령 의도에 맞춘 정보 형성, 정보활동의 국내 지향성, 해외요원의 전문성 부족 및 해당국가의 빈약한 인맥관계로 인한 전문 인프라 구축 미흡, 정보환경 변화에 부응한 기능 변화 미흡 등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의욕적으로 국가정보원의 개혁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점이 제기되는 중요 이유는 개혁을 정략적으로 접근했고 정권 차원에서 이용하지 않겠다는 최고 통치권자의 의지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국가정보원의 전면적 개혁에 대한 요구가 다양한 주체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혁 내용은 정파나 이해관계에 따라 크게 다르다. 원래 행정개혁은 정치적 동기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격심한 국가 경쟁, 통일 환경의 급격한 변화, 진보와 보수 간 갈등 등을 고려할 때 이번에는 정보환경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개혁의 대원칙에 대한 합의가 절실하다. 이 바탕 위에 단.중.장기로 개혁의 시간계획을 수립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해서 전문성과 신뢰성이 있는 국가정보기관으로 재탄생해야만 한다. 현실적으로 대원칙을 합의하는 과정이 상반된 이해관계를 좁혀가야 하는 정치적 과정이어서 쉽지 않을 것이다.
첫째, 간첩 검거, 국내 연계세력 색출, 해외 감시체계, 유관국 정보기관과의 협력, 탈북자 관리를 통할하는 안보수사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대남 도발과 통전책략이 변함없이 지속되고 종북세력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대북정보기능과 대공수사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해야 한다.
둘째, 국가정보기관으로서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테러집단이나 산업스파이의 전문성과 기술수준 고도화에 따라 사이버 테러, 산업 보안, 경제 안보분야의 정보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이 연계해 활동할 수 있는 있는 전문부서를 확대해야 한다. 직원 채용단계에서 지역별·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선발할 수 있도록 채용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일정 지역과 영역에서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체계, 보직 관리 등에 관한 인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셋째, 21세기 정보환경의 변화에 맞는 국가정보목표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이에 따라 부서별 기능을 재조정해야 한다. 조직 정비, 정보조직과 정보원의 역량 강화, 신정보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민간연구기관 및 산업체와 일정 범위에서 교류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개방적 조직문화를 갖추어야 한다. 글로벌 시대 국내외 정보구분의 모호성과 대공.대정부 전복 위험징후 포착, 불순세력 추적활동 등을 감안해 국내정보활동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는 만큼 그에 따른 남용.오해의 소지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넷째, '정치권 줄대기'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 정보원의 정치 관여를 근절하기 위한 조직 내외적 노력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과거 정권 교체 때마다 보인 정보.수사전문가에 대해 유배형 보직이나 퇴출시키는 등의 보복성 인사는 공직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어렵게 하고 조직의 역량을 하락시키는 요인이므로 이를 견제.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김문성 가천대학교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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