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노조의 떼쓰기 파업
2013.11.01 17:40
수정 : 2013.11.01 17:40기사원문
연말을 앞둔 정국이 뒤숭숭하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점입가경인 가운데 이를 둘러싼 여야 갈등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계는 특히 더하다.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피해자 5만명 가까이를 양산한 '동양사태'가 터진 가운데 주요 그룹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사법적 징벌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정·재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목소리를 드높이는 곳이 있다. 바로 강성 노조다. 불투명한 경기와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난에 직원들의 처우가 열악해지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강성 노조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12년 만에 최근 현대중공업은 강성 노조가 진입했고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자동차 등도 새 집행부의 강성 성향이 뚜렷하다.
증권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이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네 번 연임한 노조위원장을 면직처리하며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한 현대증권, 매각을 앞둔 우리투자증권 등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조는 지난해 4월부터 파업을 시작해 직원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현재 550일이 넘는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유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사측에 요구하는 점은 대부분 불합리한 관행과 처우 개선이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외부 시선으로는 엄연히 고액 연봉자에 속하는 이들의 투쟁은 한낱 '떼쓰기'에 비칠 수도 있어서다.
물론 증권업계는 올해 사상 최악의 불황 속에 인력 구조조정과 지점 축소, 연봉 감액 등이 진행 중이다. 다만 지금은 위기 타개를 위해 화합하기에도 모자란 시기이다. 취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청년실업자가 공식적으로만 30만명을 웃돈다. 이들이 보기엔 노사 갈등은 언제나 '배부른 파업'으로 비칠 뿐이다.
kiduk@fnnews.com 김기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