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형 간이식 대기자, 다른 혈액형에 비해 뇌사자 간 배분에 불리
2013.11.13 15:10
수정 : 2013.11.13 15:10기사원문
서울대병원 외과 서경석·이광웅·이남준 교수팀은 2008년 1월부터 2012년 9월까지 국내 뇌사자 간이식 1301건을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에 따라 비교 분석했다고 13일 밝혔다.
혈액형 별 뇌사 기증자와 수혜자의 비율을 살펴보면 A형 1.04(수혜자 479명·기증자 457명), B형 1.13(수혜자 376명·기증자 333명), AB형 1.63(수혜자 217명·기증자 133명), O형 0.61(수혜자 229명·기증자 378명) 로 나타났다.
같은 혈액형인 뇌사 기증자 100명이 발생하면 AB형은 163명, O형은 61명이 간 이식을 받은 셈이다.
이러한 혈액형 간 불평등의 원인은 국내 뇌사자 간 배분 시스템에 있다.
국내에서는 말기 간질환자의 질병 중증도 표지(CTP)점수로 이식 대기자의 응급도를 결정해 1, 2A, 2B, 3, 7등급으로 구분한다. 1, 2A 등급은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일주일 이내에 사망이 예상되는 위급한 상태이며, 2B, 3, 7등급은 그 보다는 덜 위급하다.
1, 2A등급 중에서 뇌사자와 같은 혈액형 대기자에게 가점 10점, 이식 가능한 다른 혈액형 대기자에게 가점 5점이 부여되고, 기타 중중도 점수와 합산한 총점이 높은 순서대로 뇌사자 간은 배분 된다. 그 후 2B 등급 대기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배분된다.
A형 뇌사자 간은 1, 2A 등급의 A형, AB형 중 총점이 높은 대기자순으로 배분된 후, 2B 등급의 A형, AB형 중 총점이 높은 대기자 순으로 배분된다. B형 뇌사자 간은 B형, AB형에게, AB형 뇌사자 간은 AB형에게 같은 방식으로 배분된다.
이에 반해 O형 뇌사자 간은 1, 2A 등급의 O형, A형, B형, AB형 중 총점이 높은 대기자 순으로 배분된다. 그 후 2B 등급에게 같은 방식으로 배분된다.
그 결과 O형 뇌사자 간이 다른 혈액형에게 배분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O형 뇌사자 간이 다른 혈액형에게 이식되는 비율이 1, 2A 등급에서는 44.4%, 2B 등급에서는 30.7%로 나타났다. 이는 2B 등급에서 다른 혈액형에게 이식되는 A형 뇌사자 간 3.9%, B형 뇌사자 간 6.2%, AB형 뇌사자 간 0%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연구팀은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O형 뇌사자 간을 1, 2A 등급 대기자에게는 기존의 방식대로 배분을 하되, 2B 등급에서는 O형 대기자에게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O형 뇌사자 간이식 비율이 기존 0.61(수혜자: 229명/ 기증자: 378명)에서 0.70(수혜자: 267명/ 기증자: 378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광웅 교수는 "뇌사 기증자의 간은 한정되어 있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배분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혈액형에 따른 뇌사자 간 배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뇌사 기증자 간 배분 시스템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이식 학술지(Transplantation Proceeding)지 10월호에 게재됐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