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이 죄? 상장사들 떤다

      2013.11.20 17:24   수정 : 2013.11.20 17:24기사원문

검찰이 최근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행위에 대해 시세조종 혐의를 적용해 잇따라 사법처리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시세조종 판단 배경과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실제 시세차익 여부를 떠나 자사주매입이 시장가격 형성으로 이어졌다면 시세 조종행위로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상장기업들은 거래소 규정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주식을 매입한 것은 문제될 게 없다고 항변한다. 특히 검찰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라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검찰 "주가방어도 위법"

20일 검찰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문찬석 부장검사)은 지난 12일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골든브릿지사 대표 신모씨와 자회사인 노마즈컨설팅 대표 이모씨, 직원 1명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신씨 등이 지난해 10∼11월 노마즈컨설팅을 통해 골든브릿지증권 주식 1억8000만원가량을 매입, 골든브릿지증권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시켰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골든브릿지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자사주 매입은 의도적인 주가조작이 아니라 기업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방어적 차원의 행위라고 주장했다. 골든브릿지 관계자는 "주가 하락기에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과도하게 떨어진 주가를 조금이라도 받치기 위해 주식을 사들인 행위가 어떻게 시세조종이 될 수 있느냐"며 "이런 자사주 매입 차원의 주식 매입이 주가조작이나 시세조종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코스닥 상장 기업이 모두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강남일)에 배당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고발건도 이와 유사한 사례다.

검찰은 서 회장과 회사 법인, 계열사에 대해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조사 중이다. 셀트리온 측은 검찰 수사 당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늘 있는 일로,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려는 공매도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정당한 주가방어 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장사 "주가방어 정당"

상장기업 대부분도 이 같은 업체 측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상장사협의회 한 연구위원은 "상장기업의 대주주가 자사주 가치의 하락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익보호를 위해 상장기업 주식을 규정대로 공시하고 사는 것은 정당한 경영행위"라며 "단순히 주식가치를 높이기 위한 자사주 매입 행위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벌이는 불공정 거래 행위는 엄연히 구별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소액주주들은 수사의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개월간 공시를 통해 자사주를 매입한 상장기업은 10여곳에 달한다.

검찰 등 수사당국의 기준대로라면 이들 업체는 모두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검찰 등 수사당국이 일부 업체에 대해서만 수사에 나선 것을 놓고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초 주가조작 범죄를 엄단하라고 지시하면서 수사당국이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시세조종 기준 놓고 공방 치열

상장기업 측의 이 같은 항변에도 검찰 등 수사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목적이야 어떻든 자사주매입과 호재 공시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 주가형성과정에 개입해 가격에 영향을 주려한 시세조종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대상에 오른 기업들은 거래소가 정한 자사주 매입 절차와 규정을 어기고 주식시장에 인위적으로 관여한 혐의가 있다"며 "설사 이들 기업이 적법한 과정을 통해 자사주를 매입했고 시세차익을 얻지 못했더라도 결과적으로 주가에 인위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인정되면 시세조종으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수사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노조나 금융당국 등에 의해 고발된 업체를 대상으로 수사하고 있다"면서 "다른 기업도 불공정행위 등 의혹이 제기되면 언제든지 수사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형평성의 문제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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