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농촌’ 10년뒤 로봇이 일한다
2013.11.21 17:26
수정 : 2013.11.21 17:26기사원문
#. 로봇이 고령의 농부를 대신해 축사에 있는 송아지의 몸무게와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사료와 물을 주며 기른다. 온실 속에 있는 원예작물이 잘 자라도록 로봇이 농약 방제 작업을 하고 수확도 한다. 양계장 옆 계란 집하장에서는 로봇이 계란을 하나하나 두드려 보며 상품가치가 높은 계란을 선별하고 있다. 창고에서는 로봇이 포장된 농산물을 대신 나른다. 10년 내에 농가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인력부족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농업 로봇'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로봇산업진흥원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지난해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시장창출형 로봇보급사업' 일환으로 '농업용 로봇 활용사업'을 시작해 △송아지 영양관리 로봇 △시설농업용 방제로봇 △식물생육 관리 로봇 등 3개 기종을 개발하고 검증을 마쳤다. 올해는 △파각란 판별로봇 △분화류 이식로봇 △농산물 구분적재로봇을 개발해 내년 4월까지 전국 13개 농업 현장에서 검증할 예정이다.
■작물 생육 전 주기를 관리 로봇
최근 개발된 6개의 농업 로봇은 농작물 관리뿐 아니라 축산업과 농산품 관리 등 전 영역에서 농가의 일손을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개발돼 지난달 '로보월드 2013'에서 첫선을 보인 '분화류 이식로봇'은 벼농사를 하는 농민들의 수고를 덜어준다. 이 로봇은 육묘장 및 농가에서 묘판에 파종한 어린 묘를 성장단계에 따라 큰 화분에 옮겨 심는 작업을 자동화해주는 기기로 기존 인력 대비 12배의 작업성능과 능률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작물의 생육 전 주기를 관리해주는 로봇도 개발됐다. '식물 생육관리 로봇'은 첨단 유리온실 또는 공장형 식물생산 시설의 작업공정에 투입돼 식물의 정식 후 수확 전까지 모든 생육을 관리한다. 식물공장 형태인 이 로봇은 육성하는 식물의 종류에 따라 온도와 습도, 광조도, 이산화 탄소 농도 등 생육환경을 스스로 감지해 최적의 상태에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배지로 이동시키고 출하시기가 되면 수확실로 배출한다.
식물을 재배하는 중 발생하는 해충 방제 작업 및 농약 제초작업도 로봇이 대신 한다. 장미화훼 유리온실 농가에서 활용되는 '방제로봇'은 원격제어를 통해 설정된 구역 및 살포량에 따라 자동으로 방제작업을 수행한다. 농민은 외부 통제석의 컴퓨터를 통해 로봇의 작업 현황 및 로봇이 구동하고 있는 해당 구역의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일사량 등의 환경모니터링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식물생육관리 로봇과 방제로봇은 지난해 개발됐으며, 현재 조기 상용화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축산물·농산품 출고도 원스톱
식물뿐만 아니라 농가에서 기르는 축산물도 로봇이 관리한다.
'파각란 판별로봇'은 계란 표면을 두드렸을 때 발생하는 미묘한 음파의 변화를 분석해 계란 껍질에 생긴 미세한 금의 유무를 검사하는 로봇이다. 계란은 가장 대중적인 축산물이기 때문에 생산 및 유통에서 발생할 수 있는 품질저하와 부패를 막는 것이 중요한데, 기존 파각란 검사는 사람이 일일이 육안으로 검사해 정확성과 작업효율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파각란 판별로봇을 활용하면 양계 농가의 작업효율이 5배 이상 증가하고 정확도도 90% 이상 달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파각란의 유통을 사전에 차단해 파각란의 세균오염으로 인한 질병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민을 대신해 축사에서 송아지를 양육하는 로봇도 개발됐다. '송아지 영양관리 로봇'은 기존 '포유로봇'과 '사료 및 물 섭취량 조사기'를 패키지화해 성우가 되기 전 송아지 사육을 전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무선자동인식장치(RFID) 태그가 부착된 송아지를 인식해 일령과 몸무게에 따라 주기적으로 적정량의 우유를 공급한다. 지난해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국내 12개 농가에서 이 로봇을 실증해 송아지의 소화기관 발달 및 질병 발생 감소, 성장률 향상 등의 효과를 검증했다.
재배와 양육이 끝난 농축산물은 상품화 과정을 거쳐 전국 각지로 배송된다. 이 과정에서 농산물을 구분해 적재하고 이송하는 것을 돕는 로봇도 개발됐다. '농산물 구분적재 및 자율이송로봇'은 로봇팔을 이용해 농산물이 담긴 10~20㎏의 상자를 등급별로 팔레트에 옮겨 적재한 뒤 이를 차량까지 이송한다. 이를 통해 기존 적재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방지하는 등 안전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경준형 연구원은 "최근 20년 새 우리나라 농촌은 고령화가 진행되는 동시에 인구까지 대폭 감소했다"며 "부족한 농업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위험한 작업에서 농업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대안으로 농업용 로봇이 떠오르고 있으며 향후 농업로봇은 우리나라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