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천국’ 일본 규슈 벳푸를 가다
2013.11.28 17:39
수정 : 2013.11.28 17:39기사원문
【벳푸(일본)=송동근 레저전문기자】일본 열도는 '온천천국'이라고 할 만큼 어디를 가나 온천이 솟아난다. 전국에는 내로라하는 온천이 많지만 그중 일본 남서쪽에 자리한 규슈 오이타는 '온천현'이라 불릴 정도로 온천의 숫자와 용출량에서 일본 최대를 자랑한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온천지로는 단연 유후인과 벳푸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벳푸 온천은 촉감이 산뜻하고 친화성이 좋아 피부에는 물론 신경통이나 관절통 등 각종 질환에도 효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오이타는 ‘토요노쿠니(풍요로운 나라)’ 라는 별칭처럼 온천 외에도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3박자를 모두 갖춰 사계절 전 세계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온천만큼이나 따뜻한 그곳으로 겨울 여행을 떠나보자.
■일본 제일의 온천 도시 '벳푸'
이즈반도의 아타미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온천도시 벳푸는 서쪽으로 해발 1000m가 넘는 쓰루미다케와 유후다케, 동쪽으로는 잔잔한 벳푸만을 끼고 곳곳에 수증기가 피어나는 온천가를 이룬다.
벳푸 온천을 중심으로 한 하마와키, 간카이지, 간나와, 묘반, 시바세키, 호리타, 가메가와 온천을 '벳푸핫토(別府八湯)'라고 부르는데 그 원천(源泉)의 수만도 3800여개에 달한다.
하루에 솟아나는 분출량은 약 13만t으로 그 종류도 다양해 일본 제일의 온천지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문 '온천의 파라다이스'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풍부한 온천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하루에 돌아볼 수 있는 당일치기 온천만도 100여곳에 달한다.
벳푸8탕 중 온천마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다케가와라(竹瓦) 온천은 130여년 전부터 일본 각지에서 병 치료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탕치(湯治) 온천으로 유명하다. 당시 어부들이 온천을 즐기고자 산에서 구해온 대나무를 반으로 잘라 기왓장 대신 지붕을 만들고 욕조와 오두막집을 지었는데, 이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다켄가와라노유(대나무온천)'라는 별칭도 얻었다. 현재의 건물은 지난 1938년 다시 지어진 것으로 일본의 절이나 신사를 떠올리게 하는 가라하후(唐破風·일본 특유의 곡선지붕) 양식을 띠고 있다. 지붕은 물론 욕탕, 바닥 등에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일본 온천마을 특유의 풍취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먼저 탕 입구에 들어서면 남녀별 실내탕과 남녀 혼욕 모래탕인 스나유(砂湯)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특히 눈에 띄게 높은 실내의 천장이 매우 개방적으로 느껴진다. 이곳의 명물인 스나유에서는 유카타를 입은 채로 모래 위에 누워 눈을 지그시 감고만 있으면 된다. 종업원이 온천으로 데워진 뜨거운 모래로 온몸을 무겁게 덮어줘 묘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일본에서만 경험해 볼 수 있는 이 특이한 광경은 예로부터 탕치의 효능과 함께 여행객들의 체험거리로 인기다.
한편 벳푸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간카이지 온천은 고지대에 자리해 있어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주변에는 대형 리조트를 비롯해 호텔, 료칸(일본식 여관) 등이 모여있고 무엇보다 탕치 온천으로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폭포탕, 진흙탕, 모래탕 등 입욕 방법도 다양해 지역 주민은 물론 많은 외래 여행객들로 연중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보면서 즐기는 지옥온천 순례도 벳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지옥'이란 말은 고열의 온천 분출구를 뜻하는 것으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괴이한 광경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그 종류도 1200년 전 화산 폭발로 생긴 코발트빛 우미(海) 지옥을 비롯해 일본식 정원이 있는 청백색 연못 시라이케(白池), 악어 88마리가 살고 있는 오니야마(鬼山), 핏빛으로 물든 치노이케(血池) 등 다양하다.
■아시아 최대의 '아프리칸 사파리'
벳푸역 서쪽 출구에서 버스로 약 4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규슈 자연 동물원 '아프리칸 사파리 파크'도 벳푸의 명물이다.
지난 1976년 일본 최초의 본격 사파리파크로 문을 연 이곳은 총면적 115만㎡(약 35만평)에 이르는 대초원에 사자, 얼룩말, 기린, 코뿔소 등 1만4000여마리의 동물들이 야생의 모습 그대로 살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사방이 쇠창살로 안전하게 보호된 정글버스를 타고 사파리를 돌면서 자연 그대로의 동물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 투어 시간은 50분 정도로 버스 안에서 집게를 이용해 사자, 기린, 곰, 호랑이, 캥거루 등에게 먹이를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파리파크는 고객이 직접 몰고 온 자가용이나 정글버스를 타고 야생동물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파리 존과 캥거루, 고양이, 개 등 비교적 작은 동물들을 걸으며 만나볼 수 있는 산책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각 구역의 동물들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라면 생태학습에도 큰 도움이 되고, 산책코스 안에 있는 '만남의 마을'에서는 곳곳의 작은 동물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 즐거움을 더해준다.
대다수의 동물들은 사실 밤에 주로 활동하는 야행성인 경우가 많다. 일몰 이후 진행되는 나이트 사파리는 낮에는 볼 수 없는 야행성 동물들의 진귀한 생태를 엿볼 수 있어 인기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얼룩말의 눈, 조용히 다가오는 사자의 그림자, 먹이를 달라며 어둠 속에서 불쑥 얼굴을 내미는 기린, 코끼리 등은 또다른 스릴과 함께 동물의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특히 사파리파크에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 무렵이면 여행객들은 실제로 아프리카 사바나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고 만다. 입장료는 정글버스 탑승을 포함해 어른 3300엔, 청소년 2600엔, 어린이 2050엔.
dkso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