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게임 신문화’ 유령방을 아시나요?
2013.11.29 17:33
수정 : 2013.11.29 17:33기사원문
"카카오톡 유령방 초대합니다", "카카오톡 유령아이디 공유합니다"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카톡)'과 연동된 게임들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 각종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같은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이런 글을 올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카톡 게임은 게임횟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일정시간을 기다리거나 전화번호부 상의 친구에게 초대 메시지를 보내야만 게임 실행포인트인 '하트'나 '클로버' 등을 얻어 게임을 재개할 수 있다. 게임을 자주 해야만 게임포인트나 순위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게임하는 이들에게 하트나 클로버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매번 친구에게 초대 메시지를 전송하기에는 상대방의 짜증도 유발할 수 있고 민망하기 마련이다. 친구가 초대 메시지를 차단하면 이것마저 불가능하다.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자니 돈이 든다.
그래서 나온 것이 유령아이디와 이를 활용한 유령방이다. 존재는 하나 실제 사용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아이디를 유령아이디라고 말한다. 이런 유령아이디들이 대거 초대된 채팅방이 바로 유령방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이 같은 유령방에 초대돼 카톡 내 대화상대보기 기능을 통해 유령아이디들을 대거 친구로 추가하거나 이런 유령아이디들의 일련번호를 받아 친구로 등록하고 있다.
이후 게임 실행 포인트가 필요할 때마다 이런 유령아이디에게 초대 메시지를 보내 하트, 클로버를 얻거나 친구 초대를 많이 하면 지급되는 게임 내 아이템도 받아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캔디크러쉬 사가'의 경우 친구 20명을 초대하면 하루 동안 하트를 사용하지 않고 무제한으로 '캔디크러쉬 사가'를 플레이할 수 있다.
이들 입장에서는 게임을 하면서 돈을 쓸 필요도 없고 지인이나 친구에게 방해될 것도 없으니 유령방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유령방에도 규칙은 있다. 유령방을 관리하는 이들은 유령들 외에 카톡 친구 초대 금지, 채팅은 무조건 금지, 유령들 친추 후에 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톡 대화방에서 대화가 없는, 말 그대로 유령방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처럼 유령방이 각광을 받으면서 최근에는 유령방 소개를 빌미삼아 보상이 주어지는 특정 사이트나 어플에 가입한 뒤 자신의 아이디를 추천해달라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톡 관계자는 "저희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유령 아이디를 발견할 때마다 차단을 하고 있다"며 "그동안 제재를 가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었으나, 특정 어플 가입을 요구하는 등 그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어 내부적으로 고민하면서 대응 방식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령 아이디의 규모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어느 정도 파악은 하고 있으나 정확히 몇 건이 되는지 따로 집계는 없는 실정"이라며 "유령아이디란 게 결국 누군가의 친구목록을 내려받아서 이름을 바꿔 다시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단을 해도 새로운 아이디가 생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스팸문자와 같은 존재"라고 난색을 표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