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기업 수장 ‘코드’ 맞추다간 ‘개혁’ 삐끗

      2013.12.19 17:26   수정 : 2014.10.31 09:15기사원문

정부가 마침내 공공기관에 대해 '메스'를 꺼내들었다. 이른바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이다. 부채 증가를 주도했던 12곳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공공기관 자율적인 개선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공공기관장 등의 보수는 대폭 삭감하며 부채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관장은 해임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우려도 존재한다.

선언적 문구만 있을 뿐 핵심적인 원인 분석과 구체적인 해결방안, 즉 '알맹이'가 빠졌다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이에 따라 공공기관 정상화방안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문제점과 대안을 시리즈로 진단해본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이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는 주요 이유는 우선 낙하산 인사에 대한 고민의 부재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낙하산대책 등 인사개혁 부문과 비전문가 인사에 대한 해법이 없다. 공공기관이 자구노력을 하고 혁신할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자율경영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인데 개혁 인사를 기관장으로 둘 수 있는 낙하산 근절방안, 내부감시와 관련한 확실한 대책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공공기관 개혁 작업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부채와 방만경영 등을 실효성 있게 관리해야 공기업 개혁은 성공하는데 낙하산 인사는 오히려 정부 눈치를 보며 정치인의 민원을 들어주거나 정부정책의 방패막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사회공공연구소가 주요 관리대상 공공기관 12곳을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이 출범한 2008년 이후 31명이 인선됐고, 이 가운데 25명(80.7%)이 낙하산 인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료 낙하산은 절반에 가까운 15명이었다.

공공기관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보고서'를 보면 이들 기관의 부채는 2007년 227조7000억원이었지만 2012년에는 412조3000억원이 됐다. 낙하산 인사가 팽배하던 시절에 184조6000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한국도로공사 등의 특징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사장으로 취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통합 LH의 첫 기관장은 이지송 사장이었다. 이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공사를 주무 관리했던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며 2009년 11월 통합 LH 수장으로 와 당시 국책사업이던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진두지휘했다. 보금자리주택사업은 대표적인 부채증가 원인 중 하나다.

도로공사 장석효 전 사장도 대표적인 MB맨으로 분류된다. 장 전 사장 역시 이명박 서울시장 때 청계천사업과 한반도대운하를 이끌었다. 그는 MB정권의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반도대운하TF 팀장 등을 맡았다.

수자원공사 김건호 전 사장은 LH 이지송 전 사장이나 도공 장석효 전 사장과는 경우가 약간 다르다. 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낸 김 전 사장은 2008년 7월 수공 사장에 취임, 지난 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눈에 든 경우다. 김 전 사장은 4대강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3년 임기를 마친 다음 지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연임에 성공했다. 수공은 2008년 이후 연평균 62.4%씩 부채가 증가했는데 주요인이 '4대강'과 '경인 아라뱃길 사업'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원(KDI) 연구위원은 "기관장 역량이 중요한데 검증이 되지 않은 분이 (기관장으로) 왔을 수도 있다. 반드시 사장이 아니더라도 부채관리 전문가 등 능력 있는 인사를 모셔오는 게 공공기관장 연봉을 깎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들 공공기관은 소위 권력자와 가까운 낙하산 인사라서 부채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낙하산 인사였기 때문에 정부의 무리한 국책사업 요구에 '노'(No)라고 얘기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문성이나 능력을 따지지 않고 논공행상으로 공공기관장이라는 전리품을 나눠 먹다 보니 정부의 무리한 국책사업을 거부할 수 없고, 이것이 부채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가 부채와 방만경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졌고 치료에 나섰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시각도 있다. 사회적 중지를 모았기 때문에 변화의 시작이라는 평가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게 중요한 의미"라면서 "이제는 채권발행 승인과 부채비율 감축 등으로 통제하고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 공공기관이 건전한 재정을 갖출 수 있는 정책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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