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 콘텐츠, 해외 합작·디지털로 세계속 한류를 심다
2013.12.31 15:06
수정 : 2013.12.31 15:06기사원문
새해 문화콘텐츠 업계의 화두는 역시 글로벌이다. 국내 시장의 돌파구로 수년간 모색해왔던 해외시장에서 꽃을 활짝 피워보겠다는 의지가 드높다. 글로벌 지역은 여전히 중국, 일본 등 아시아가 유력하지만 영미권으로 보폭을 급속히 넓히고 있는 것도 추세다.
글로벌을 실현할 원천 소스에 대한 투자열기도 어느 해보다 뜨겁다. 업계는 단독제작, 해외합작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접근하고 있지만 콘텐츠 주도권은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스마트 기기로 둘러싸인 시대, 디지털 콘텐츠 보급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문화콘텐츠에 대한 국가적 기대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콘텐츠·엔터테인먼트업계가 새해 화려한 비상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그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콘텐츠산업의 동력 '해외수출'
국가 미래산업으로까지 부상한 콘텐츠산업은 최근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90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성장했고 올해는 전년 대비 7.0% 성장한 96조9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민간소비가 늘었고 콘텐츠 소비의 패러다임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콘텐츠산업을 끌고 밀고 했던 동력을 꼽으라면 단연 '해외수출'이다. 지난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0% 성장한 51억달러, 올해는 전년 대비 12.8% 성장한 58억달러로 추정된다. 콘텐츠산업 매출액 규모 면에선 출판, 방송, 광고, 게임순으로 높지만 성장률에서 보자면 영화, 게임, 음악이 가장 우세한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를 품은 엔터테인먼트업계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새해 앞다퉈 글로벌 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
'아시아 넘버1 스튜디오'를 외치는 CJ E&M 영화사업부문은 지난해 '설국열차' '이별계약'의 성공적인 진출을 통해 자신감을 확보했다. 특히 '설국열차'는 글로벌 영화의 기획·제작·배급·판매 등 글로벌 프로세스의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었다. CJ E&M 측은 "해외제작에 이은 전 세계 167개국 판매,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국가에 영화를 판매한 이런 성과는 그동안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만 해왔던 일이고 그것을 이번에 한국 기업이 해낸 것"이라고 자평했다. 지난해 한·중 합작영화로 중국과 국내에서 시차를 두고 개봉된 '이별계약'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CJ E&M은 새해에도 이 같은 해외합작 방식으로 영화 두세 편을 제작할 계획이다.
CJ E&M 공연사업부문은 일본에 현지 합자회사를 출범시켜 본격적으로 일본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편 중국에선 기존 합자회사인 아주연창을 통해 현지에 공연장을 건립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1억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CJ CGV의 새해 글로벌 계획도 원대하다. CGV는 2006년 10월 중국 상하이에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을 오픈하고 해외진출을 시작한 이후 중국, 미국, 베트남 등 3개국에 총 40개 극장, 296개 스크린을 운영해왔다. 지난해 말 전체 매출액의 해외 비중이 24.6%(스크린수 기준). 새해엔 베트남에서 메가스타 브랜드의 CGV 전환이 이뤄지고 중국사업 추가 확장 등의 영향으로 해외비중이 3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첫 한·일 합작 글로벌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일본 아폴론시네마와 공동기획해 지난해 제작을 마친 김성수 감독의 영화 '무명인'을 올 상반기 국내와 일본에서 동시 개봉할 예정이다. 일본 작가인 쓰카사키 시로의 '게놈헤저드'를 원작으로 한 이 미스터리 액션 영화에는 한·일 스타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 김효진 등이 출연한다. 일본 현지 촬영분이 90% 이상 된다.
롯데시네마의 해외영토 확장도 새해 속도를 낸다. 중국 선양 북역 중심가에 오픈하는 롯데월드관에 들어설 영화관을 비롯, 오는 2018년까지 중국 내 롯데시네마는 35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원천 소스를 잡아라" 불타는 창작열
대기업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해외시장 채널과 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 중소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진영에선 원천 소스 개발에 전력을 쏟는다. 뮤지컬 업계의 창작물 제작 열기는 벌써부터 후끈하다. 서울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이 오는 3월 첫 공연을 올리는 '프랑켄슈타인'이 새해 창작뮤지컬 중 최고 관심작이다. 창작뮤지컬 제작비로는 거금에 속하는 40억원이 투입됐고 소재 선정, 작품 개발, 주역 캐스팅 등에 3년 동안 공을 들였다. 인터파크 등 4∼5개 업체가 투자금을 댄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건 글로벌 시장이다. 한국적인 인물 대신 영국 여성작가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 속 주인공을 끌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삼총사' '잭더 리퍼' 등으로 일본 뮤지컬 시장을 강타했던 M뮤지컬컴퍼니는 올해 체코 뮤지컬 '드라큐라'로 지난해 열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 뮤지컬들의 원산지는 해외지만 한국 연출가와 제작진은 작품을 거의 창작뮤지컬 수준으로 개조해 해외로 내다팔기 때문에 작품 주도권은 사실상 국내 창작자들에게 있다.
■스마트시대, 부상하는 디지털 콘텐츠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를 소비하는 유통도구, 디지털 시스템에 대한 경쟁도 뜨겁다. 주요 포털사들이 모바일 전용 플랫폼 구축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게 이를 말해준다. 전자업계는 로봇, 어린이 전용 태블릿PC 등 유통 단말기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콘텐츠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시도들은 보편적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가령 방송가에선 컴퓨터그래픽(CG) 활용이 일반화되는 추세이고 울트라고화질(UHD) 콘텐츠 제작도 서두르고 있다. 음악업계는 무손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으며, 게임업계는 가상현실을 적용한 게미피케이션(Gamification)에 관심을 쏟고 있다. 광고업계는 증강현실, 모션인식, 안면인식, 모바일 등을 연계한 디지털 사이니지(Signage) 등을 도입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불붙기 시작한 콘텐츠산업이 활활 타오르기 위해선 정부의 중심 잡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한국창조산업연구소 소장)는 "콘텐츠산업 정책이 시장 경제체제로 전환하다가 최근 다시 정부 역할 강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이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는 콘텐츠산업이 자국 문화정체성과 연관돼 있고 국가의 중요 성장동력이라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확고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