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2014.01.05 18:13
수정 : 2014.10.30 18:08기사원문
"인문학은 인간적 삶을 구현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입니다."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사진)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본지 시무식에서 강연을 통해 인문학의 가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 교수는 인문학이 조명받는 최근 현상에 대해 "이 시대가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고립돼 있다. 경제적 필요와 본능 충족을 위해서만 사람들 간 관계를 맺는다"며 "사람에 관한 지식과 정보는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 이 시대의 증후군"이라고 지적했다.
유교 등 동양철학과 고전 등에 정통한 한 교수는 '붓다의 치명적 농담' '조선유학의 거장들'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한 교수는 '내려올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그 꽃'이란 고은 시인의 시구를 인용, "그동안 소홀히 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막 뛰기만 하던 삶에 또 다른 가치가 새롭게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문학의 효과를 '삶을 견뎌내는 기술 습득'과 '단절된 관계 회복'으로 꼽았다. 한 교수는 "인문학의 기술은 인생을 견디게 하는 것"이라며 "고전과 역사의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통해 위로를 받고 조언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문학과 고대 작가들은 적성 개발과 인격 함양이 행복으로 이르는 길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인문학에서의 종교, 철학 모두 자아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랑과 성취, 삶을 존중하고 겸손을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 교수는 '나'를 제대로 다뤄야 함을 강조했다. 인문학에서의 중심은 물질이 아닌 자기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기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로마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보지 못하는 자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우리는 항상 내가 누구인지를 점검해야 한다"며 "타인으로부터 흔들리지 않고 자신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삶이 바로 자유로, 이를 이끌어내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부연했다. 우리가 누구인지 물어야 하고 우리 가슴에 깊이 숨겨진 것을 찾아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안에 있는 타인의 시선이 나를 옭아매고 있다"며 "타인을 너무 의식하지 않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다른 사람 마음속 평판을 의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역설적 현상이 항상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교수는 자기 중심적 시각에 고착되면 사물을 제대로 보기 어렵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기 중심적인 나르시시즘이 일상화돼 있어 각자 자기 중심적으로 사태를 보고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며 "공자에겐 자기 중심적 고착이 없었다. 퇴계는 인간의 마음은 굳어진 나르시시즘 고착을 깨어나가는 연습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