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철 ‘어도’ 대표,일식집 운영하며 20년간 50억 기부
"기부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조그마한 후원부터 시작하면 스스로의 삶이 더 윤택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기부 문화가 바이러스처럼 확산돼 모두의 삶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게 제 나름의 꿈입니다."
회, 초밥 전문인 평범한 일식집을 운영하면서 20여년간 기부한 금액이 50억원을 넘어 국가로부터 대통령 표창, 국민포장까지 받은 배정철 대표는 '기부'에 대한 그 나름의 정의를 '베풀수록 자신이 행복한 것'이라고 했다. 또 '베풀 수 있다는 게 자신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기부하고 봉사하면서 살아간다면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게 배 대표의 조그마한 목표다.2013년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논현동 일식집 '어도'에서 만난 배 대표는 어렵사리 자신의 삶을 털어놓았다. 그는 "그저 봉사하면서 평범하게 살아왔을 뿐인데 과분한 칭찬과 관심을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좋은 기부 바이러스가 넓게 퍼져나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마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1963년 전남 장성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운 삶을 살아왔다. 건강도 좋지 않아 학업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남들이 중학교를 다닐 때 일식집의 주방보조, 일명 '시다'로 취직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배 대표는 "어느날 막내아들의 건강을 위해 밤늦게까지 기도하는 모친의 모습을 봤다"며 "어머니를 위해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고 나아가 나처럼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고 열심히 살아서 이 사회에 이바지하면서 살겠다고 각오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그때 결심이 지금의 배 대표를 만든 계기가 됐다.
주위로부터 인정받으면서 어느덧 일식집 '어도'의 대표가 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삶의 원동력이 된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했다. 동네 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면서 시작된 그의 식사 기부는 어느덧 20년을 넘었고 현재 11곳의 노인정으로 늘어났다. 장애인시설 다섯 곳에 쌀과 계란을 보내기 시작한 것도 벌써 15년째다.
서울대병원장을 지낸 정희원 서울대 교수와의 인연으로 안면기형 어린이 수술비 후원도 했다. 매년 1억원씩 하다 보니 10억원에 가까운 큰돈을 기부하게 돼 서울대병원에서 명예홍보대사로 모시기도 했다. 이런 기부와 선행이 알려지면서 김대중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표창을, 지난 2011년에는 국민 추천을 통한 국민포장을 받았다. 당시 정부에서 그동안의 기부금액을 조사해 집계한 금액이 50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학교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던 그의 힘겨웠던 과거를 생각하며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도 쾌척하고 있다. 교사가 꿈이었던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작했던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은 현재 5곳의 고등학교에 매년 1000만원씩 보낸다. 1년에 100여명의 학생이 그의 장학금을 받고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번 돈을 거의 쓰지도 않고 기부에 보탠다. 30여년간 줄곧 일만 하며 명절은 물론이고 단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다. 남들 다 가는 여행 한 번 가지 못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것도 기억에 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틈틈이 쪽잠을 자며 그저 일만 한 것이다.
그의 기부행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어도에서 버는 이익금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는 중이다.
인건비, 세금, 임대료 등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 전액을 기부한다. 대략 잡아도 1년에 3억원이 넘는 큰돈이다.배 대표는 "언젠가 더 나이가 들고 체력에 한계가 오게 된다면 어도 자체를 사회에 기부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면서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기 시작하자 에너지가 넘치는 동시에 저 자신의 생활도 윤택해지고 안정을 찾게 돼 더 발전하게 된 만큼 많은 분들이 사회 기부에 더 동참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