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왜 ‘메디컬 강국’을 방해하나

      2014.01.12 17:12   수정 : 2014.10.30 17:10기사원문
의사들이 파업을 위협했다. 3월 3일로 날짜도 박았다. 그러나 기세는 많이 꺾였다. 정부의 입장 변화에 따라 파업을 유보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내부적으로 9만500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의 찬반투표도 거쳐야 한다. 정부는 대화 창구를 열어놓되 불법파업엔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야당조차 의사 파업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민주당은 의료민영화엔 반대하지만 진료파업으로 인한 국민건강권 침해 역시 안 된다고 밝혔다.
철도파업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애당초 대한의사협회의 선택이 잘못됐다. 원격진료 확대와 영리 자회사 설립은 파업거리가 아니다. 의협 안에서도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동네 개업의들은 싫겠지만 큰 병원 의사들에겐 나쁠 게 없다. 대한병원협회가 영리 자회사 설립 정책에 환영 성명을 낸 것이 좋은 예다.

의협의 '의료민영화 반대' 구호도 여론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 지난 2002년 의협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해달라는 위헌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당연지정제는 모든 의료기관(병·의원, 약국)이 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의무적으로 진료하는 제도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현행 건보 제도의 틀이 깨진다. 당시 의협은 당연지정제가 의사의 진료권, 환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런 전력을 가진 의협이 '의료민영화 반대' 구호를 외치는 것은 역설이다. 지금 당연지정제를 통한 의료 공공성 유지에 집착하는 것은 의협이 아니라 정부다.

의사들의 본심이 수가 인상에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의협은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민영화 반대' 포장을 걷고 지나친 저수가 정책이 가져온 폐해를 놓고 정부와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낫다. 수가를 강제로 누르면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 등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이 비정상적으로 커진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이는 환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3일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특히 저수가에 대해 "과거 제가 공부한 바로도 의료수가가 충분하지 않다고 알고 있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의협은 정부가 제안한 민관협의체 구성을 거절하는 대신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역제의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말 철도노조는 백기를 들었다. 정규직 귀족노조가 서민의 발을 잡자 여론이 등을 돌렸다. 의사는 우리 사회의 최고소득층이다. 여론전의 승패는 뻔하다. 민영화 괴담도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보건의료 분야의 투자활성화 정책은 궁극적으로 의료계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 의료관광이나 연구개발(R&D)을 전담할 자회사 설립은 '메디컬 강국 코리아'로 가는 디딤돌이다. 파업 예정일까진 한 달 반 이상 남았다.
이견을 조율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파업은 접는 게 순리다.
의사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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