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아노CC 3개월 휴장’ 관광公 직영 노린 꼼수?
한국관광공사가 겨울철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공사 소유 골프장을 3개월간 휴장키로 결정해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문제의 골프장은 전남 해남군 화원관광단지 내에 조성된 오시아노CC(9홀 대중제)다. 465억원을 들여 조성된 이 골프장은 관리 주체가 한국관광공사 서남지사지만 완공 이후 단 한 차례도 관광공사가 운영한 적이 없다. 그 대신 공개입찰에 의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인접한 회원제 골프장 파인비치골프링크스(18홀)가 운영해왔다. 파인비치가 위탁운영하기 전까지는 개장 이후 1년 가까이 그야말로 관광공사 임직원의 '놀이터'로 이용됐던 곳이다.
이렇듯 자칫 코스 관리비만으로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충당됐을 오시아노가 비록 소액이지만 그나마 운영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파인비치골프링크스의 지난 4년간에 걸친 통합운영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 골프장이 위치한 화원 지역의 기후적 특성이 겨울에 온화한 데다 한국의 10대 골프코스에 선정된 파인비치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내장객이 대폭 증가하는 등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시너지 효과를 거둔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관광공사 서남지사가 겨울철 극성수기인 1월 1일부터 3월 말까지 3개월간 휴장에 들어간다고 전격 발표한 배경은 뭘까. 표면적 이유는 골프장 시설 및 환경 개선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12월 초에 있었던 운영업체 선정 입찰이 유찰된 것에 대한 구실 찾기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2016년까지 3년간 운영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에서 한국관광공사 서남지사는 연간 10억5000만원의 임대료 최소보장액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4년간 파인비치골프링크스가 부담한 연간 2억원의 5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당연히 입찰에 응한 업체가 단 한 군데도 없어 공개입찰은 자동 유찰됐다.입찰에 응하는 업체가 많아 경쟁이 치열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면 임대료 최소보장액 상향 조정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반대 상황이라면 이는 명백히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유추될 수밖에 없다. 현지 분위기는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직영을 염두에 두고 관광공사가 '꼼수'를 부렸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입찰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파인비치골프링크스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 40~50%에 달한 적자 폭을 무시한 채 공사 측이 제시한 임대료 최소보장액을 따를 수 없어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며 "오시아노 9홀은 눈앞의 영업수익이 아니라 궁극적 목적인 오시아노 관광단지의 성공적 분양을 위한 '마중물'로 활용돼야 마땅하다. 그동안 파인비치골프링크스는 오시아노 9홀을 통합 운영하면서 그런 역할에 충실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서남지사는 앞으로 매각공고를 낼 계획이지만 매각 전까지는 직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9홀을 단독 운영할 경우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적자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남지사는 16억원을 들여 샤워장과 카트, 창고 등을 지을 계획이다. 여기에 앞으로 발생할 코스관리비, 휴장으로 인한 영업손실액 등까지 합하면 전체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한국관광공사는 공기업의 방만경영이라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서남지사 한 관계자는 "직영은 아니고 인원만 충원해 외부에 맡길 계획"이라며 "오시아노 골프장을 적극 활용해 호텔과 리조트 건립을 위한 투자유치와 토지분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1년 시작해 2008년까지 총 사업비 1조1809억원을 들여 해남군 화원면 주광리 일대에 조성된 오시아노 관광단지(507만3425㎡)는 현재까지 호텔과 리조트 건립을 위한 투자유치와 토지분양매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해남군 관계자는 "20년째 시설물 관리비만 연간 수십억원씩 낭비하면서 단지 활성화를 위한 투자 유치 노력은 뒷전으로 미루고 9홀 골프장 직영 등의 엉뚱한 생각을 하는 관광공사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로 지역 민심을 대변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가 25억원을 들여 2008년에 오시아노 골프장 내에 조성한 골프연습장(32타석)과 골프아카데미(강의실, 식당 등) 등이 단 한번도 사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도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2009년에 파인비치골프링크스는 이 골프연습장을 임차해 그물망 설치를 요구했지만 공기업 선진화 방침으로 추가 투자가 어렵다며 묵살당해 사용하지도 못한 채 임대료만 지급한 바 있다.
파인비치골프링크스는 지난해에는 8억원을 들여 이 연습장에 골프아카데미를 개설, 중국 골프연수생을 유치하겠다며 임대계약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