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전사고 선생님 탓?.. 말 안 따른 학생도 일부 책임

      2014.01.26 18:14   수정 : 2014.10.30 03:14기사원문

'차 조심해라, 친구들과 싸우지 마라,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엄마가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 당부하는 단골멘트다. 하지만 아무리 단속해도 '물가에 내놓는 것'마냥 엄마의 걱정은 끝이 없다. 그나마 믿고 맡기는 학교에서조차 안전사고 등 각종 사고가 잇따르면서 '뿔난' 엄마들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학교에서의 사고로 인한 학생 피해 배상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대체로 '보호의무'가 있는 학교 측에 배상 책임을 묻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사고를 당한 학생에게도 부분적으로 과실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초등생, 교사 '보호의무 책임' 커

서울 동작구 소재의 모 초등학교 5학년인 A양은 지난 2011년 6월 4일 친구들과 함께 과학실에서 달걀 삶기 조별 실습을 했다.

담임 교사인 정모씨의 지도 아래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이용한 실습이 끝난 뒤 정씨는 '가스레인지가 위험하니 선생님이 직접 꺼 주겠다'며 만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A양과 같은 조인 B군이 정씨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가스레인지를 자신이 꺼 보겠다고 나서면서 사달이 났다. B군이 가스레인지 밸브를 돌리다가 펄펄 끓는 물이 담긴 냄비가 엎어지면서 맞은편에 앉아 있던 A양에게 쏟아졌고 정씨는 A양을 보건실로 데려와 응급조치를 했다. 그후 계속해 통증을 호소하던 A양은 인근 대학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3도 화상 진단을 받은 A양은 3개월간 치료를 받았으나 배와 허벅지에 커다랗게 튀어나온 짙은 색의 흉터(비후성 반흔)를 얻게 됐다. 이에 A양 부모는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치료비와 수술비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박성윤 판사)은 "교육청이 A양 가족에게 161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B군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지만 호기심 많고 분별력이 부족한 초등학생인 만큼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교사인 정씨가 안전사고로부터 학생들을 보호·감독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A양에 대한 신속한 응급처치 의무를 소홀히 해 상해를 입힌 점도 인정됐다.

■교사 지시 미이행 학생도 책임

같은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지도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가 사고를 당해 학생에게 일부 책임을 물은 판결도 있다.

서울 소재 S초등학교에 다니던 C군은 보이스카우트 단원으로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한 2박3일간의 여름 야영을 떠났다가 익사사고로 식물인간이 됐다.

C군의 부모는 20억원 상당의 배상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지난 2012년 법원은 행사를 주최한 스카우트연맹과 이를 위탁받아 행사를 진행한 H사,수영장을 임대한 관리자 최모씨, 인솔교사 2명을 보낸 S 초교의 책임 부과와 함께 지시에 따르지 않은 C군의 잘못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최승욱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C군 가족에게 총 14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하면서 C군도 3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키가 작은 C군이 성인용 풀장에 들어가지 않도록 면밀히 살폈어야 했고, H사는 사고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했어야 했으며 스카우트 연맹은 행사 주최자로서 최씨와 H사에 사고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인솔교사 2명도 학생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C군이 사전에 안전사고 예방 교육을 받았고, 사고 전에 성인용 풀에 들어가 허우적 대다 소아용 풀로 옮겨진 적이 있음에도 다시 성인용 풀로 넘어갔다"며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된 점을 지적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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