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지리산,천왕봉 운무위로 솟는 해 일출 보며 전율해도 좋다.

      2014.02.20 17:12   수정 : 2014.10.29 15:29기사원문

【 지리산(경남 함양)=송동근 레저전문기자】 '어리석은 사람도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지리산(智異山). 전국에서 가장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은 한국 8경이자 5대 명산 중 하나로, '멀리 백두대간이 흘러왔다'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 불리기도 한다. 지리산은 경남·전북·전남의 3개 도에 걸쳐 있어 그 넓이만큼 사찰, 문화재 등 볼 만한 관광명소가 많다. 특히 지리산을 감싸고 800리를 잇는 지리산 둘레길(총 300㎞)은 산자락에 모여있는 마을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어 '생명의 길'로 꼽힌다. 지리산 능선을 넘는 산행도 좋지만 숲길과 마을길을 따라 도는 둘레길은 가족, 연인 등 누구와 함께 걸어도 좋다.
이번 주 '한국관광 100선'이 찾은 곳은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산길, 물길, 고갯길이 아름다운 지리산 둘레길이다.

■어머니 품속 같은 산 '지리산'

우리 민족의 혼과 정서, 애환이 깃든 지리산은 예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알려져 왔다. 신라 5악의 남악으로 백두산의 맥이 반도를 타고 이곳까지 흘러 내려왔다는 뜻에서 두류산, 또는 불가(佛家)에서 깨달음을 얻은 스님의 처소를 가리키는 방장의 의미를 빌려 방장산(方丈山)이라고도 불린다.

1967년 12월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은 주봉 천왕봉(1915m)에서 노고단(1500m)을 잇는 100리 능선에 반야봉, 제석봉, 촛대봉 등 해발 1500m가 넘는 10개의 거봉이 구름 위로 솟아 장관을 이룬다. 이들을 호위하듯 해발 1000m가 넘는 20여개의 거봉과 85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도 서로 어우러져 지리산의 풍광을 자랑한다.

천왕봉 정상에는 진주 산악인들이 세운 남명 선생의 '만고천왕봉 천명유불명(萬古天王峰 天鳴猶不鳴)'이란 글귀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으나, 현재는 1982년 경상남도에서 세운 1.5m 높이의 '지리산 천왕봉 1915m'란 표지석이 자리해 있다. 지리산은 용틀임을 하듯 길게 뻗은 주능선의 길이만도 100리가 넘어 북쪽을 내지리, 서남쪽을 외지리로 나누지만 이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산릉 주능선에는 15개의 지능선과 15개의 계곡이 나있고 남북으로 흐르는 큰 강과도 이어져 자연스레 바다로 흘러든다. 지리산의 큰 물줄기 하나는 남강으로, 또 하나는 멀리 덕유산에서 섬진강으로 유유히 흐르고 있다.


■지리산 따라 도는 '둘레길 800리'

지리산길(둘레길)은 느리게 걸으며 자신을 성찰하고 느끼는 수평의 길이다. 지리산을 둘러싼 3개 도와 5개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120여개 마을을 잇는 총 300여㎞의 도보 길이다. 지난 2011년 해당 지자체가 각종 자원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마을길 등을 환(環·고리)형으로 연결해 완성했다.

이곳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아름다운 자연풍광은 물론 따뜻한 시골 사람들도 자연스레 만나게 돼 걷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저 멀리에는 지리산 주봉들이 군데군데 바라다 보이고 다랑이논에 감나무, 매실, 고사리밭도 지난다. 오랜 세월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둘레길의 다양한 구간에서 여행객들은 아름다운 숲과 강의 매력에 한껏 빠져들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훈훈한 인심도 느껴볼 수 있다. 이렇게 걷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지리산과 하나가 되는 듯한 기분과 함께 스스로 넉넉해지는 영혼의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전북과 전남, 경남을 아우르는 지리산 둘레길 22개 구간 중 경남 함양에서 산청을 지나 하동에 이르는 길은 지리산의 동쪽과 남쪽을 한눈에 돌아볼 수 있는 코스다. 6·25전쟁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길은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는 길이기도 하다. 드넓은 산청의 논밭을 적시는 경호강을 지나 하동 땅으로 접어들면 섬진강이 반갑게 길손을 맞이한다.
이어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인 악양 들녘이 한눈에 들어오는 입석마을을 지나 화계계곡에 이르면, 어느새 길은 구례로 바뀌고 이내 지리산의 서쪽과 북쪽을 잇는 남원 땅으로 접어든다. 둘레길 곳곳에는 여행객을 위한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길목마다 안내 표지판이 꼼꼼하게 설치돼 있어 길 잃을 염려가 없고 각 코스에 마련된 숙박시설 역시 이용에 큰 불편이 없다.

dkso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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