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뜨는 권력과 지는 권력.. ‘장성택 라인’ 퇴진

      2014.03.11 17:45   수정 : 2014.10.29 04:51기사원문

집권 3년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를 보좌하는 북한의 신(新)파워엘리트 그룹이 모습을 드러냈다. 퇴진그룹의 윤곽은 한층 선명해졌으나 장성택계 인물들이 상당수 건재했다는 점으로 미뤄 급격한 세대교체보다는 체제안정 속에 점진적 변화를 꾀하겠다는 게 북한 권부의 구상으로 읽혀진다.

북한은 11일 우리의 국회의원 선거 격인 제13기 최고인민회의의 대의원 선거 결과를 발표했다. 선거가 치러진 지 이틀 만에 공개된 총 687명의 대의원 명단엔 김정은 제1비서와 그를 보좌하는 신실세그룹이 이름을 새롭게 올렸다. 지난 12기와 비교해 총 376명이 새롭게 뽑혀 인물 교체율은 55%였다.

당 중심의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관이다. 실질적으로 입법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으나 5년마다 한번씩 이뤄지는 대의원선거를 통해 북한의 권력지형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당과 군, 내각 등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핵심 인사들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도 겸하고 있어 대의원직 탈락은 곧 그의 정치적 명운 쇠퇴, 신변이상설로 받아들여진다.

■신엘리트그룹 누구

이번 선거에선 김정은 체제에서 신실세로 떠오른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우리의 국방장관 격)과 김수길 군 총정치국 부국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조연준·최휘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마원춘·황병서 당 부부장 등은 대의원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됐던 지재룡 주중대사와 남북고위급 접촉에서 북측 수석대표를 맡은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 자성남 유엔대사도 새롭게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은 최근 대장에서 상장(별 3개)으로 강등된 것으로 파악됐으나 대의원으로 선출됨에 따라 실세로서 그의 정치적 입지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한때 감금설이 제기됐던 최룡해 군 정치국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김기남.최태복 당비서, 리영길 총참모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박의춘 외무상,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 당.정.군 고위인물들은 12기에 이어 이번에도 선출됐다.

■김정은 가계 미포함

이번 투표장에 김 제1비서와 함께 등장했던 여동생 김여정(27)은 이번에 대의원으로 선출되지 않았다. 우선 당내 입지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제1비서의 형 김정철과 누나 김설송도 대의원직을 달지 않았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김 제1비서의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는 평양 바깥 지역인 285호 태평선거구의 당선자로 이름이 나오곤 있으나 지난 12기 때도 '김경희'란 이름으로 2명이 대의원직을 달아 동일인물인지, 고모 김경희가 아닌 동명이인인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과거엔 김경희 당 비서가 평양 내 선거구를 맡았었고, 동명이인이 260호 정도의 뒷번호대 선거구에 할당됐다는 점으로 미뤄 고모 김경희가 이번엔 대의원직에서 탈락됐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대의원 선거 직후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이름이 북한 매체에서 공개적으로 언급됐지만, 그가 대의원에 선출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김경희의 퇴진은 향후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퇴진그룹 서프라이즈 없었다

장성택 계열이거나 과거 김정일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은 이번에 대의원 명단에서 사라졌다. 대표적인 인물이 장성택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문경덕 당비서와 로성실 전 조선민주여성동맹 위원장, 김정일 시대 군권력을 쥐었던 현철해 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박재경 전 인민부력부 부부장, 김명국 전 작전국장 등 은퇴한 군원로그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넷째 부인인 김옥의 아버지 김효 당 재정경리부 부부장도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 1월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신년사 관철 평양시 군중대회 이후 두 달 넘게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문경덕 당 비서는 명단에서 빠짐에 따라 해임 또는 숙청이 거의 확실시된다.

하지만 장성택과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진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리영수 당 부장, 박명철 전 체육상 등 대부분의 인사는 대의원에 올라 지난해 장성택 숙청으로 김정은 시대 최대 정치적 격변기를 맞이한 북한 권부가 급격한 세대교체보다는 점진적 퇴진을, 변화보다는 체제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전국적으로 선거자 명부에 등록된 전체 선거자의 99.97%가 선거에 참가해 해당 선거구에 등록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에게 100% 찬성투표했다고 발표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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