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가오슝 ‘힐링 여행지’로 뜬다
2014.03.24 01:07
수정 : 2014.10.29 01:57기사원문
부산에서 비행기로 2시30분 남짓이면 남국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타이완 가오슝에 도착한다.
타이완 남서부에 위치한 가오슝은 일상의 시계바늘을 조금 뒤로 돌려 여유롭게 '힐링여행'을 즐기기엔 그저그만이다.
타이완은 중국과 일본의 문화가 혼재한 가운데 곳곳에 네덜란드 식민지 역사를 보여주는듯 서양의 건축양식인 성곽이 아직도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부산에 본사를 둔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은 지난 2010년 3월 부산~타이페이에 이어 지난해 12월 부산~가오슝 노선도 취항해 두 지역을 가깝게 이어주고 있다.
타이완은 국내 모 케이블방송사 연애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소개된 이후 우리나라 관광객수가 예전에 비해 80% 이상 늘어날 정도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영재 에어부산 가오슝 점장은 "얼마전 국내 모 방송사에서 막을 내린 인기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연장 여부가 메인 뉴스로 다뤄질 정도로 타이완에서 불고 있는 한류바람이 거세다"면서 "한국을 여행하는 타이완 사람들은 여기서는 볼 수 없는 겨울철 눈과 고적답사 코스 등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와 중국의 청나라, 일본 등의 식민지이기도 했던 타이완은 여러 나라 세력의 지배를 받은 탓인지 배타적이지 않고 아주 친절한 것이 특징이다.
'타이완의 하와이'로 불리는 가오슝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24.4도 안팎으로 일교차가 크지 않고 치안도 좋아 가족이나 지인들끼리 '힐링 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사계절 온화한 가오슝은 겨울철이면 우리나라 프로야구팀들이 전지 훈련지로도 자주 활용하고 있다.
시설이 좋은 골프장이 많은 가오슝은 그린피(평일 캐디피 제외 8만원선)도 국내 절반에 불과해 '나만의 골프'를 즐기는 우리나라 골퍼들의 발길도 점차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타이완 사람들의 경우 모임을 주로 음식점에서 가질 정도로 '먹거리 천국'이다.
가오슝에는 국내 모 케이블방송사 '꽃보다 할배'에 소개돼 더욱 유명해진 '망고 빙수'를 빼놓을 수 없다.
재래종 망고를 부드럽게 썰어 빙설과 버무려 주는 '망고 빙수'는 열대과일 특유의 달콤함, 이국의 정취와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시내에는 지난 1934년에 문을 열어 3대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유명한 '가오슝 망고 빙수집'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또 세계 베이커리월드컵에서 3연승을 거두며 타이완 최고의 빵집으로 알려진 '우바오춘 베이커리(吳寶春麵包店)'를 찾아 천우시엔 펑리수나 리치장미빵, 레드 와인빵 등을 맛볼 수도 있다.
가오슝에서 북쪽으로 29㎞ 떨어진 마죽위에 위치한 타이완 불교의 총본산 불광산 불광사는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12년의 불사를 거쳐 3년여 전에 완공된 불광사에는 높이 36m의 대불상과 1만5000개의 관음보살을 안치한 만대비전이 있어 산 전체가 불교문화단지다.
부처님 진신사리와 100년마다 한 번씩 개방예정이어서 다 개봉하려면 4800년이 걸리는 48개의 타임캡슐 등 컨텐츠가 다양하다. 전 세계 불교신자들의 시주와 헌금으로 건립돼 입장료가 없다. 이곳은 지난 2월 초 중국의 춘제 연휴때만 600만명이 찾았다고 한다.
밤에는 가오슝 도심 사이로 흐르는 아이허(愛河)에서 태양광 전지의 축적된 에너지로 운행되는 친환경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아이허 주변에는 카페촌까지 즐비해 가오슝의 야간 명소로 유명하다.
가오슝에서 남쪽으로 차로 2시간여 달려 만날 수 있는 컨딩공원 삼림유락구 가는 길 양쪽에는 야자수와 망고 농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중간중간 과일을 판매하는 곳이 나와 아름다운 야자수 그늘 아래서 싱그러운 바다를 보며 달콤한 열대과일을 만끽할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타이완 가오슝 최남단에 위치한 컨딩공원 삼림유락구는 산 하나가 거대한 식물원이다. 벤자민 나무 숲과 형형색색의 난꽃, 야자수, 심지어 종유석 동굴까지 탐험하며 힐링여행을 체험할 수 있다.
가오슝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올라가면 타이완의 역사가 깊은 타이난이 나온다.
타이난 시내 복판에 위치한 '적감루'는 한 때 타이완을 통치했던 네덜란드인이 1653년 지은 서양 보루(외성)식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후 청나라 장군 정성공이 네덜란드와 협상을 통해 통치권을 이어받았는데 이양 장면이 동상으로 적감루 초입에 설치돼 있다. 네덜란드인이 지은 성은 적감루 귀퉁이에 조금 밖에 남아 있지 않고 지금의 모습은 청대에 개축한 것이다.
적감루 바로 옆에는 1940년대 무렵 건물들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신농가'를 만날 수 있다.
이전에는 북세가(北勢街)로 불려졌던 신농가는 청대와 일제치하 건물이 좁은 골목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마치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하는 이 골목길에서는 시에서 지정한 고적 '금화부', '타이완 전국 개기약왕묘', '영천가마', '서불국' 등을 볼 수 있다.
예술거리 만들기 계획에 따라 이 거리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골목 곳곳에 자그마한 미술관, 문예창작공방, 주막, 카페 등이 생겨나고 있다. 해질 무렵 신농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시계를 과거로 되돌려 타임머신을 타고 1950~60년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다.
타이완은 교통수단으로 자동차 뿐 아니라 저렴한 연료비로 편리하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소형 오토바이 스쿠터가 한 집에 2대 이상 보유할 정도로 대중화돼 있다.
에어부산의 부산~가오슝, 타이베이노선은 야간이나 새벽시간이 아닌 낮시간대에 운항하는 데다 비행시간도 2시간30분 안팎이어서 여행피로가 없다는 것이 또다른 매력을 꼽히고 있다.
운항시각은 부산 출발 오전 10시 40분, 가오슝 도착은 낮 12시 40분이다. 가오슝 출발은 오후 1시 35분, 부산 도착은 오후 5시다. 운항횟수는 수, 목, 토, 일 주 4회로 항공료도 저렴한 편이다. 문의 1666-3060, 에어부산 홈페이지(www.airbusan.com).
roh12340@fnnews.com 가오슝(타이완)=노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