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준비제도의 위기대응 재고찰

      2014.04.01 17:01   수정 : 2014.10.29 00:25기사원문

막 공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2008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자료를 읽으며 문득 '위기가 전방위적으로 닥치고 있을 때 FOMC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분명한 건 일부는 상황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마케츠 그룹 수석 부총재는 총재들이 필요한 곳에 주목할 수 있도록 공손하지만 설득력 있는 내부 분석보고서를 제출했다. 재닛 옐런, 도널드 콘, 에릭 로젠그렌, 프레드릭 미시킨과 워싱턴의 Fed 집행이사들은 메시지를 수용했다. 그렇다면 FOMC의 나머지 위원 8명과 고위직들은? (정도의 차이가 크지만) 그렇게 많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료를 읽으면서 1825년, 또 주요 은행 파산이 공황, 안전자산 이동, 자산 가격 붕괴, 경기침체를 촉발했던 이전 시기까지의 긴 역사를 떠올렸다. 2008년 9월 중순 회의록은 많은 위원들이 체질이 튼튼하다면서 자축하고, 리먼브러더스 구제에 나서지 않기로 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2008년 겨울 나는 래리 서머스의 인식을 가능한 한 많이 훔쳐다 썼다. 집값 거품이 꺼지고, 파생상품이 이례적인 손실을 기록하자 서머스는 은행들이 레버리지를 줄였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개별 은행으로서는 대출을 줄이건, 자본을 확충하건 같은 것이었겠지만, 경제 전체로는 은행들이 후자를 택하는 게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됐다.

나는 지금도 당시 뉴욕연준 총재였던 티머시 가이트너가 2008년 3월 "금융 시스템 또는 은행시스템이 전체적으로 자본 부족 상태인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했던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 가이트너의 당시 관점은 "사람들이…금융시스템의 기본적인 핵심 체력에…우려를…품게 만드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 보면 미래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건 전체 인플레이션이 아닌 근원 인플레이션이지만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준 총재는 2008년 여름 동안 위험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형성됐다고 선언했다.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과거 Fed는 벤저민 스트롱, 마리너 에클스, 윌리엄 마틴,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등 카리스마가 있고 전제군주 같은, 전문 중앙은행가가 수장으로 있었던 터라 이런게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대개 의장이 FOMC를 철권 통치했고, 표결을 할 때면 총재들로부터 일사불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벤 버냉키의 FOMC는 달랐다.
마치 대학 같았고, 서로 존중받았으며, 의견 통합 지향적이었다. 그 결과 1980년대, 1990년대 대공황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대한 분석에 바탕을 둔 버냉키의 정책 관점과 주요 하강 위험의 도래와 이를 막는다는 관점에서 실패로 남은 2008년 FOMC 사이에는 깊은 단절이 존재하게 됐다.


만약 위기를 이해하고 있던 이들과 이를 몰랐던 이들이 개인적으로 버냉키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말해야만 하도록 됐다면 어땠을까? 또 버냉키가 그저 의견을 취합하기보다 '이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버냉키의 Fed가 옛 Fed 같았다면 2008년에 더 나은 통화정책 결정이 내려졌을까? 이런 의문이 남는다.

J 브래드퍼드 디롱 美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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