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리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2014.04.01 17:26   수정 : 2014.10.29 00:24기사원문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현관 앞에서는 조촐한 환송식이 열렸다. 김진태 검찰총장을 비롯해 대검 청사 내 주요간부와 직원들이 대부분 참석했고 작은 꽃다발도 준비됐다. 전 직원이 청사 현관에 모여 퇴직자를 배웅하는 것은 검찰의 오랜 전통이다. 기관장(이날은 검찰총장)이 꽃다발을 전달하면 퇴직자가 간단한 소회를 말하고, 준비된 관용차에 오르면 모두 손을 흔들어 배웅한다.

하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평소와 달리 행사를 마치고 걸어서 대검청사를 빠져나갔다.
말 그대로 '표표히' 떠나가는 그의 옆에는 아내와 두 딸도 함께했다. 검찰 퇴임식에서는 말단직원에게도 관용차가 제공된다. 오랜 공직생활에 대한 마지막 예우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걸어서 떠나는 그의 뒤로 "허허, 저 친구 끝까지 고집이네"라고 일갈했다.

이날 퇴임식의 주인공은 바로 당시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검사장)이던 이건리 변호사(51.사법연수원 16기, 현 법무법인 동인·사진)였다. 그는 "공직을 마쳤으니 관용차를 탈 이유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퇴임식 일화가 전해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이건리다운 행동"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가 검찰을 떠나자 법조계에서는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물론 대법관 후보에 오를 만큼 해박한 법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공직생활 동안 소홀히 했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모든 것이 순리대로 되는 것"이라고 태연히 말했다.

퇴임 후 법무법인 동인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그의 '선비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특별히 어디로 가려고 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동인에 와 있더라'는 것이다.

사건브로커 등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지 않는 동인의 분위기와 처음부터 잘 맞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한편 법무법인 동인 관계자는 "이 변호사는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62.사법연수원 11기)이 이끄는 형사분야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사회적 약자와 의뢰인의 억울한 심경을 감싸안을 줄 아는 따뜻한 성품 등 검사시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장점이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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