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갇힌 국내시장 벗어나 해외주식 투자서 해법찾아야

      2014.04.06 17:04   수정 : 2014.10.28 20:13기사원문

주가가 몇 년째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회의론과 함께 자성론이 일고 있다. 심지어 주가 3000시대를 열자는 캠페인이 나올 정도다. 실제 코스피는 2011년 말부터 지금까지 1800에서 2050 사이의 (약 250포인트) 밴드 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주가 2000시대를 처음으로 열었던 2007년 11월(1006조원)보다 지금(1188조원)이 오히려 10%가량 많다.

물론 구성종목의 변화와 차별적 주가흐름으로 인하여 생긴 결과이기도 하지만 현재 코스피는 한국경제를 정상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실제 한때 우리의 경쟁 상대였던 대만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6배로 한국 1.0배 수준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가지수는 그 나라의 경제수준을 나타내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다. 특히 기업의 시가총액을 기반으로 계산되는 중요한 시장가치여서 더욱 그렇다.
코스피는 지난 1980년 1월 1일 기준 100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거의 10년 만인 1989년 3월에 지수 1000시대를 열었다.

당시 10년간 한국 주식시장을 이끌었던 주식은 소위 '트로이카'라고 불리던 세 업종 무역, 건설, 금융업종 주식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는 크게 보면 한국 주식시장의, 아니 한국산업의 구조조정기였다. 외환위기가 강습한 1998년까지 대략 10년간은 '중후장대'(重厚長大)의 산업구조에서 '경박단소'(輕薄短小)의 소프트한 산업구조로 넘어가는 구조조정 기간이었다. 주가가 한때 1100을 넘기도 했지만 1998년 8월에는 277이라는 최악의 수준으로까지 추락했던 시기였다.

2000년대는 세계적으로 경기흐름이 살아나면서 한국경제가 외환위기와 정보기술(IT)버블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을 보인 시기였다.

소위 '골디락스'라고 불리는 안정적 경제성장세와 저물가라는 환상적인 조합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기가 상승하는 가운데 새롭게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들어선 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면서 세계경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 시기 한국 주식시장은 조선, 철강, 기계, 화학, 운송 등 소위 중국 관련주로 분류되는 전통적인 산업이 주가상승을 이끌어 결국 2007년 11월에 주가 2000시대를 열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시장의 일반적인 예상은 늘 빗나간다는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지존인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50만원을 넘어섰던 2004년 초 시가총액 비중은 25%수준의 공룡이었다(당시 코스피는 1000 이하였다).

당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같은 IT업종이 상승하지 않으면 코스피 2000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 조선, 철강, 화학, 운송 등 전통적인 산업을 선두로 주가 2000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결국 새로운 주가시대는 장기적인 경기흐름이나 IT혁명과 같은 새로운 메가트렌드에 의해서 열린다는 것을 역사의 교훈에서 배울 수 있다. 테이퍼링이 진행되고 경기회복세가 여전히 약한 지금 장기적이고 추세적인 경기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새로운 기술혁명이나 '통일'과 같은 새로운 거대 트렌드가 당장 나타날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더욱 추세적으로 이어지면서 1990년대와 같이 한국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의 재평가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주가 3000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다시 말해서 많은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투자를 할수록 국내 주식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애플 주식에 투자를 하다 보면 삼성전자가 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천수답처럼 박스권에 갇힌 한국 주식시장만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외 주식 투자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고, 그러한 해외 투자 트렌드가 일반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주식시장의 가치가 재평가되지 않을까 싶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해외상품부 이사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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