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강세 당분간 안꺾여.. 환율 균형점 1025원~1040원선

      2014.04.10 17:49   수정 : 2014.10.28 12:20기사원문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이 장중 1030원대로 곤두박질치자 정부는 물론 산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외환당국은 곧바로 "어떠한 방향으로든 단기간에 시장 쏠림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외환당국의 개입의지에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원 내린 1040.2원에 마감했지만 불안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2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기조, 글로벌 유동성 유입, 신흥국 통화 강세 등 원화 강세 유인이 더 많다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화 강세 배경은

시장에서는 원화 대접이 달라진 배경으로 한국 경제의 체력을 꼽는다.


한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799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2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가 79억달러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43억달러의 2배 까가운 흑자를 내고 있다.

환율 하락 유인인 외국인 투자도 다시 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까지 주식시장에서 12일째 순매수했다.

신흥국 통화 강세의 영향도 있다.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재유입되면서 브라질 헤알,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가 이달 들어 2~3% 상승했다.

3543억달러에 달하는 탄탄한 외환보유액도 환율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외환보유액은 환율 변동폭이 커질 때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버퍼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직은 환율이 딱히 어느 쪽으로 움직인다고 단언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환율에는 당사자 양국은 물론이고 그 외의 대외관계가 종합적으로 녹아든 데다 시장 밖에서 정부의 개입 여부도 관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쏠림현상이 발생할 때는 안정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원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누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면 미국 등 적자국들의 집중 견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독 한국 경제가 왜 환율변동에 민감한 것일까. 수출 위주의 소규모 개방경제 구조 때문이다.

온기운 숭실대 교수의 '주요국 환율의 수출가격 전가율 비교분석과 시사점'이란 논문에 따르면 2009년 1·4분기~2013년 1·4분기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 전가율은 0.540이었다. 이는 1차 절상시기(2002년 1·4분기∼2007년 4·4분기) 때 0.239보다 높아졌다. 수출가격 전가율이 0.54라는 것은 원.달러 환율이 1% 하락(원화가치 절상)할 때 한국의 수출 기업들이 달러 표시 수출가격을 0.54% 올렸다는 의미다.

그렇더라도 엄살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면 한국엔 마치 수출만 있고 수입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수출여건이 나빠지는 반면 수입에선 원화강세의 이득을 보는 만큼 환율변동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

KB투자증권 김성노 연구원은 "3월 외환보유액 기준 원·달러 환율 균형점은 1025~1040원으로 추정된다"면서 "원화강세가 한국 경제에 큰 위협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변동성 확대 요인 줄줄이

올해 세계 금융시장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인상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4월 소비세 인상은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위협하고 있어 불안 요인이다. 긴축 통화정책 운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국은 실물경기마저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봉착했다. 중국 경기가 경착륙에 빠진다면 나선형 악순환 국면에 '경기침체'라는 한 고리가 추가된다.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세계 경제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환경들은 환율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심화시킬 경우 실물 경제로 전이돼 경제 성장이 둔화될 우려가 있다.

우려를 피하기 위해 이미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통화 가치 하락을 끌어내리며 통화전쟁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연 0.25%로 낮췄다. 신흥국들이 최근 금리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들었고 중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통화전쟁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1997년 외환위기의 공포를 떠올리고 있는 것. 그 시발점인 1994년 글로벌 경제 상황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불황에서 허우적대던 미국 경기가 활기를 되찾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급선회한다. 그러자 미국시장을 떠나 중남미에 둥지를 틀었던 외화자금이 이탈했고, 심각한 금융위기가 터졌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은 '신 글로벌 통화전쟁의 영향과 정책대응' 논문을 통해 "1980년대 통화전쟁의 표적이 당시 최대 경상 흑자국 일본이었다면 이번에는 한국·중국 등이 될 것"이라며 "올해 미국의 원·달러 환율 절상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밝혔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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