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합, 주차요금 빼돌리고 국고보조금 엉뚱한 곳 쓰고
2014.04.23 15:17
수정 : 2014.10.28 04:35기사원문
이들 두 곳은 직원들에 대한 관리도 엉망이었다. 해운조합 직원들은 여객터미널 주차장 요금, 여객선 전산매표시스템 사용 잔액, 여객선터미널 시설관리 등에서 오랫동안 수억원을 빼내왔고 해운조합은 직원들에게 부당한 대출을 일삼았다. 한국선급은 회사 돈으로 노래방에 가기도 했다.
두 기관은 이른바 '해수부 마피아'들의 주요 낙하산 자리로 꼽히는 곳이다. 두 기관 모두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로비, 부실검사·현장검검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23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옛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의 '2012년 2월 해운조합 종합감사'를 보면 모두 11건을 지적했지만 해운조합의 핵심 업무인 여객선 안전운항 지도감독 부분은 한 건도 없었다.
연안여객선터미널 주차장 이용료 횡령, 국고보조금 미정산, 사고선박의 선박공제금 지연지금, 무자격 사업자에게 사업자금 2억원 부당대출 등 자금과 관련한 것뿐이었다. 쉽게 말해 여객선 지도 업무에 대한 점검보다는 돈에만 신경을 쓴 감사였던 셈이다.
감사 대상은 2009년 이후 처리한 업무 전반이었다. 2008년 이후 4년만에 이뤄진 정기종합감사였으며 이로부터 더 이상 감사는 없었다.
감사 내용에 따르면 해운조합 직원 20명은 연안여객선터미널 입·출차정보프로그램을 조작해 일일주차요금 2500여만원, 월정 주차요금 200여만원 등을 횡령했다. 또 여객선 전산매표시스템 사용 잔액 3500여만원, 여객선터미널 시설관리비 2700여만원도 뒤로 빼돌려 썼다. 연체 경력이 있는 무자격 사업자에게 2억원 부당 대출했으며 자기 집이 있는 직원 2명에게는 주택임차비 1억4000만원을 내줬다.
정부의 국고보조금 관리도 엉망이었다. 해운조합은 2011년 옛 국토부로부터 국고보조금 10억원을 받은 뒤 별도의 계좌에 관리하면서 운항관리자 67명의 인건비로 사용했지만 뒤늦게 적발했다. 연안여객터미널 시설관리비 33억6000여만원을 정부로부터 타낸 뒤 송년회 비용 등으로 쓰기도 했다.
해운조합은 그러나 주차요금을 횡령한 계약직 직원을 징계절차 없이 고용계약만 해지하고 4명은 불문경고 처분하는 등 감사 후에도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7개월 뒤 처분결과 감사에서 드러났다.
해운조합은 선사들의 이익단체다. 선장과 선원에 대한 운항관리규정 교육, 여객선 입·출항 보고, 여객선 승선지도, 구명기구·소화설비·해도 등 기타 용구의 완비 여부 확인, 탑승인원 및 적하물 확인 등 안전에 관한 각종 교육과 지도, 안전점검 및 확인이 주요 업무다.
옛 국토부의 '2011년 한국선급에 대한 종합감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박안전대책위원회가 2011년 발생한 6건 해양사고에 대해 원인규명, 재발방지 및 선박안전대책 수립 없이 초기 대응조치, 사고원인만 조사했는데도 '주의'에 그쳤으며 안전관리체제 인증심사 업무처리가 '부적정'하다면서도 '주의'만 내렸다. 한국선급 홍보팀, 검사지원팀, 경영관리팀, 인재개발팀 등 6개 팀에서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에서 1600만원을 썼다고 적발해 놓고도 징계는 '통보'였다.
한국선급은 정부를 대신해 국내 여객선에 대한 안전검사를 전담하는 민간회사다. 한국선급은 지난 2월 세월호 안전점검에서 '적합판정'을 내리면서 봐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지난해 세월호가 객실을 증설할 당시 도면 검사와 선박 복원성 시험, 선상 경사도 시험 등을 모두 '정상 통과'시켰다.
세월호 참사 검·경합동수사본부는 해운조합과 한국선급에 대한 이러한 5년치 감사자료를 해수부에 요청했으며 조만간 해수부 관계자들을 불러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