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전망 TAC필름, 시작은 ‘잿빛’
2014.05.11 16:47
수정 : 2014.05.11 16:47기사원문
유망한 신사업으로 각광받았던 TAC(트리아세틸 셀룰로오스)필름 생산에 뛰어든 국내기업들이 상용화를 시작하고 증설을 완료하는 등 본격적으로 TAC필름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그러나 시작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쟁업체가 늘고 대체재인 아크릴 필름이 성장하면서 TAC필름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TAC 필름은 모니터.노트북.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액정표시장치(LCD)의 한 부분을 이루는 편광판을 보호해주는 첨단 소재다. 국내 LCD업체들은 TAC필름의 대부분을 후지필름, 코니카 등 일본 업체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국내기업 본격 TAC필름 생산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체 중에선 효성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TAC필름 사업에 뛰어들었다. 효성은 지난 2009년부터,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말부터 TAC필름 양산판매를 시작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충북 증평에 TAC필름 라인을 세우며 세계 3위의 TAC필름 공급업체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가동률을 밝힐 수는 없지만 5400만㎡ 규모의 설비에서 지난해 연말부터 TAC필름을 양산하기 시작했다"면서 "판매처는 국내와 일본업체"라고 밝혔다. 2009년 국내 최초로 울산 용연에 5000만㎡ 생산규모의 TAC필름 공장을 준공해 판매를 시작한 효성은 지난해 TAC필름 2호기 증설을 완료하고 현재 시운전 중이다. 본격 판매는 이번 분기 내에 이뤄질 예정이다.
효성 관계자는 "용연공장의 5000만㎡에 이어 옥산에 6000만㎡의 생산공정 증설이 완료되면서 총 1억1000만㎡의 생산설비를 갖추게 됐다"면서 "현재 세계시장의 총 생산능력이 12억㎡로 효성은 이번 증설로 1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TAC 필름은 모니터.노트북.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LCD의 부품인 편광판을 보호해주는 첨단 소재다. 현재 대부분을 후지필름, 코니카 등 일본 업체로부터 수입해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시황침체, 대체재 등장 첩첩산중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AC필름 시장은 LCD TV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수요 증가와 맞물려 매년 10% 이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었지만 암초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공급업체는 늘었지만 구매 기업들이 대체재를 도입하면서 TAC필름 가격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경제연구원에 따르면 TAC필름의 가격은(플레인 기준) 2008년 ㎡당 4400달러에서 하락세를 시작해 지난해 1·4분기 2550달러로 조사됐다. 업계관계자는 "수요산업인 LCD시장이 부진해 가격도 하락했다"면서 "신규업체가 증가한 부분과 편광판용 아크릴 필름(PMMA)과 같은 대체재가 등장한 것도 하락세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IHS는 편광판용 아크릴 필름 점유율이 오는 2017년 18%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는 2017년 약 2억㎡로 증가해 2012년 대비 6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디스플레이 화면 크기가 커지고 제품의 두께가 얇아지면서 열과 수분에 강한 소재를 채용하려는 움직임에 따른 것이다.
편광판을 생산하던 LG화학과 니토덴코가 TAC 대신 아크릴 필름을 채용하기 시작해 점차 그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위협요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아크릴필름은 수분에 강한 특성이 있어 변형이 적지만 생산 불량률이 높아 필름 가격형성이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당분간 아크릴 필름보다는 안정적인 TAC필름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러나 화학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아크릴필름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TAC필름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면서 "경쟁소재인 아크릴 필름, COP필름은 두께도 얇아지고 있어 TAC필름의 두께를 줄여야 생존할 수 있지만 현재 수준 이상으로 박막화하면 생산효율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