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성직자 징계는 법원 심판대상 아니다”

      2014.05.13 09:43   수정 : 2014.10.27 23:35기사원문
비위 성직자에 대한 종교 단체의 징계는 '종교의 자유' 영역으로 법원의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부(김형두 부장판사)는 전 사제 김모씨(54)가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및 미지급 급여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고 13일 밝혔다.

모 성당 주임 신부였던 김씨는 2005년 내부 감사에서 본당 공금 등 1억8000여만원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정직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정진석 전 교구장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반발했다. 결국 교구는 2012년 김씨를 징계위원회에 다시 회부해 면직 처분을 내렸다.

이에 사제 지위를 잃은 김씨는 "교구의 징계를 인정할 수 없고, 잇따른 정직·면직 처분으로 미지급된 급여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소송의 쟁점은 종교단체 징계의 정당성을 법원이 판단하는 게 적절한지 여부였다. 교구 측은 "면직 처분은 김씨에게 부여한 성무집행권한 등을 박탈하는 종교적 제재로,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만큼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김씨는 "미지급 급여를 청구하는 이 소송은 구체적인 권리 및 법률과 관계있다"며 "단순한 종교상 자격에 대한 시비가 아니다"고 맞섰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교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종교와 국가 기능을 엄격히 분리하고 있다"며 "종교단체의 조직과 운영은 그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면직뿐 아니라 금전지급 청구에 관한 판단은 종교 교리의 해석에 관한 것"이라며 "이 사건을 법원의 심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