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선도지역’ 선정된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대 가보니
2014.05.18 17:23
수정 : 2014.10.27 10:09기사원문
지지부진했던 뉴타운 사업을 접고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대. 18일 찾은 이곳에는 '뉴타운 해제하고 마을 가꾸기 사업 예산 200억원 확보'라는 현수막이 큰길을 따라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도로를 넓혀 달라는 주민들 요구가 세를 불리고 있는 가운데 월세를 받을 수 있는 다가구 주택값은 뉴타운 해제 이후 오름세를 보였다.
■주민들 "길부터 넓혀달라"
서울시와 국토부, 건설·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창신·숭인지역은 4년에 걸쳐 국비 100억원, 시비 100억원 등 총 2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다. 이달부터 주민 중심으로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 연말께 계획 수립이 완료되면 2017년까지 4년 동안 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지 주민이나 중개업계는 그다지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창신동 H공인 관계자는 "초반에는 도시재생선도지역이 뭐냐고 묻는 주민들 전화가 꽤 왔지만 지금은 시들한 분위기"라며 "지난해 10월 뉴타운 지구 해제 고시 이후 전반적으로 집값도 많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A중개업소 관계자는 "도시재생선도지역은 다소 깨끗해진다는 정도 외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창신제2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주민 의견이 접수된 것은 없지만 숙원이던 도로 확장 요구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M공인 관계자도 "일부 주민들은 선거용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기도 한다"며 "일률적으로 해제해 다시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보고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재생방식도 좋지만 일부는 재개발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도로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을 경우 집만 해결하면 되지만 지금 마을버스 올라가는 길도 없는데다 집만 다닥다닥 붙어 있어 화재시 정말 위험하다"고 털어놨다.
■"다가구 오르고, 단독 떨어지고"
창신.숭인동 중개업계는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큰 변화는 없지만 뉴타운 해제 이후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가구주택 위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J부동산 관계자는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아직 변화가 없다"면서도 "뉴타운 해제 이후 전반적으로 3000만~4000만원씩 빠지는 등 뚝 떨어졌다"고 전했다. 창신동 A공인 관계자는 "빌라나 단독주택이 많이 떨어졌다. 지난해 2억원 넘던 매물이 현재 1억5000만~1억7000만원 선으로, 다가구만 올랐고 찾는 것도 다가구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가구의 경우 임대수익을 많이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팔 필요가 없어 거래 역시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M공인 대표도 "빌라는 1억5000만원 하던 것이 이제 8000만~9000만원으로 하락한 반면 다가구 주택의 경우 급매물 소진 이후 10~20%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인근에 동대문 디자이너 등 월세 수요가 많아 리모델링을 통해 원룸이나 투룸으로 꾸며 임대수익을 거두려 하기 때문"이라며 "집을 신축하기 위해 큰 면적의 땅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고 말했다.
■"집값에 큰 영향 없을 것"
전문가들 역시 도시재생선도지역 지정만으로는 집값 상승세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또 주차장이 갖춰지지 않은 채 우후죽순 원룸만 늘 경우 도시슬럼화도 우려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곳곳에 리모델링이 이뤄지겠지만 소규모 개발이어서 집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근 원룸 수요가 있기 때문에 주차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축 주택이 늘면 슬럼화가 될 수 있는 만큼 주차장 신축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도시재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