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소년의 독백으로..연극 ‘안데르센’
2014.06.04 18:31
수정 : 2014.06.04 18:31기사원문
구두수선공 아버지, 허드렛일 노동자 어머니를 둔 소년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을 리 만무하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문법에 맞는 글을 쓸 줄 몰랐고 배우가 끌렸지만 볼품없는 외모로 뜻을 못 이룬다. 그런데도 소년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기막힌 이야기를 만들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다. 소년은 덴마크 출신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노련한 극작가와 신진 연출가가 손을 잡고 '안데르센(사진)'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14세 소년의 독백이 피아노 라이브 연주와 그림자 놀이, 동물 마임 등과 뒤섞이는 몽상극이다.
어머니의 죽음 후 고향 오덴세 시장의 추천서를 들고 코펜하겐 극장으로 달려간 소년의 나이는 열네살. 극장장 요나스 콜린 앞에서 그는 자신이 만든 7편의 동화를 들려준다. '미운 오리새끼' '쓸모없는 여자' '길동무' '인어공주' '프시케' '성냥팔이 소녀' '놋쇠병정'이 차례로 무대 위에 펼쳐진다. 초라한 소년의 외모와 달리 그 속에 숨은 불꽃 같은 재능에 깜짝 놀란 요나스 콜린은 소년에게 문법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조건으로 그의 후견인이 된다. 꿈꾸는 불멸의 영혼은 비로소 세상에 안착을 시작한다.
'문제적인 인간' '시골선비 조남명' '궁리' '혜경궁 홍씨' 등으로 인물에 대한 심도 깊은 탐구를 해온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이윤택이 대본을 썼다. '방바닥 긁는 남자'로 이름을 알린 배우이자 연출가인 이윤주가 작품을 지휘한다. 국립극단 '젊은 연출가전'으로 기획됐다. 이번 무대는 어른, 청소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족극 장르로 볼 수 있다. 공연은 14일∼7월 6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 1만∼2만원. 1688-5966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