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걱정 없는 종교.. 신도 수 뻥튀기면 ‘끝’

      2014.07.02 18:04   수정 : 2014.07.02 18:04기사원문

#. 지방의 한 중소도시에서 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A목사. 그는 교회 증축건으로 신규대출을 알아보던 중 한 은행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듣게 됐다. 기존 교회 신도 수의 10~15%가량을 늘려오면 대출을 진행해 주겠다는 것이다. 해당 은행 여신담당자가 가르쳐준 편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교회 신도지만 이미 오랜 기간 종교와 담을 쌓은 냉담자는 물론, 그의 직계가족(부모 및 배우자, 자녀)까지 현 신도 수로 포함하면 된다는 것. 그는 "신도 헌납으로 운영되는 교회 특성상 대출원리금은 교회 신도가 함께 모은 헌금으로 갚아나갈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신도 수를 조금이라도 부풀려서 은행에 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종교 대출에 대한 은행들의 부실한 대출심사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교회·사찰 등 종교시설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은행의 대부분이 '신도 수'를 가장 중요한 대출조건으로 내걸면서, 일부 은행들 사이에선 신도 수를 허위로 추정 계산해 부실대출을 진행하는 경우까지 벌어지고 있다.

■종교대출 담보는 '신도 수'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교회에 대한 대출 시 채무상환능력 등에 관한 심사를 소홀히 해 46억원의 부실을 초래한 수협은행의 위법사실을 적발했다. 수협은행 A지점은 신축된 교회가 기존 교회와 멀리 떨어져 있어 새로운 심사 기준을 적용해야 함에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C신도시가 위치해 신도 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막연한 근거로 심사를 진행했다.

당시 수협은행은 신도 수 추정에 있어 C신도시 입주예정 인구 10만명에 지난 2005년 통계청 발표 자료인 기독교인 비중 18%를 반영해 신규 교인으로 2만여명이 유입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수협은행 외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신도 수를 임의 추정해 대출을 진행하는 금융기관이 상당수다. 실제 한 저축은행의 교회대출상품의 경우 신용등급 대비 대출금 규모가 크다고 판단되면 유입되는 신도 수를 자체 내부 평가방식을 통해 산출하고 있다.

해당 은행 대출상담사는 "성인 출석교인 기준으로 100인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본 요건에 창립 경과 연수 3년 이상 등의 여타 조건이 따라붙는다"면서도 "보통 조달해야 하는 자금 대비 헌금 흐름이 극히 적은 경우엔 교인 수를 추가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은행들이 종교대출 심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건은 '신도 수'다. 기업대출로 분류되지만 기본적인 담보물이 없는 교회, 사찰 등 종교시설의 경우 주로 신도들이 헌납하는 주일헌금, 십일조 등을 주요 재정자료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 저축은행은 신규 교인 산정 방식으로 주변 교회 신도 수 및 해당 지역 인구 유입 정도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회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기업처럼 눈으로 확인 가능한 재무제표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 부실을 일으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객관적 평가 항목 만들어야

현재 한 시중은행의 종교대출 신용평가 의뢰서를 보면, 최근 3년간 재정상황을 분석하는 자료로 신도수 증감과 그에 따른 헌금액이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자료 상당부분이 추정된 수치라는 것이다. 이 은행의 경우 과거 신도 수 증감 1인당 헌금액 등을 감안해 십일조와 일반 헌금을 임의 추정하고 있다.

실제 또 다른 은행 역시 여신심사 목록에 목사의 도덕성과 리더십, 신도의 충성도와 당회 운영방식 등을 고려한 분쟁 가능성 등이 종합적 분석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들은 교회 등 종교 대출에 대한 부실 우려로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지만, 여전히 신도 수에 따른 헌금액 규모가 주요 대출기준인 만큼 상품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종교 대출은 그야말로 은행들이 '믿고 빌려주는 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대출 평가항목이 거의 주관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과거 경기가 좋을 땐 헌금 규모에 따른 교회의 상환력만 평가하면 문제가 안됐지만, 지금은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담보력을 좀 더 깊이 평가해야 하나 마땅히 평가항목으로 할 만한 조건이 없어 문제"라고 말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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