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대비 원화가치 51% 절상, 방치땐 외환위기 재발할 수도”
"원화가치가 1997년 30%, 2008년에는 47% 절상된 것을 고려하면 대책 마
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1997년, 2008년과 같은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는 원화가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주요 경제 전문가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원화강세로 수입물가 하락을 통한 내수 진작의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수출 감소를 통한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권태신 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하반기 환율 전망과 대책 : 트리플 붕괴 환율, 대책은 없나?'란 주제로 개최된 세미나에서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2012년 6월 이후 51%가량 절상됐다"면서 "1997년 30% 절상됐을 때 외환위기가 초래됐고 2008년 외환위기 이전엔 47%의 절상률로 외화유동성위기가 초래됐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권 원장은 이어 "(원화강세로) 수출증가율이 2012년 마이너스 1.3%로 추락한 후 지난해부터는 2% 수준에 머물고 있어 기업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수출기업의 어려움은 중소납품업체들로 확산되면서 고용 부진, 소비 침체 등 내수부진으로까지 이어져 문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08.90원까지 하락하는 등 5년 10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중기 균형환율(2010∼2014년 1·4분기) 1124원에 비해 10.2%나 고평가된 수준"이라면서 "원화가 균형환율에 비해 고평가되는 현상이 중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에는 1997년과 2008년 같은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경연 변양규 거시정책연구실장과 김창배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으로 유입되는 달러의 증가세가 더욱 확대되고 있어 1000원 선 붕괴마저 우려된다"면서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을 기록할 경우 수입물가 하락을 통한 내수 진작의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수출 감소를 통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 올해 경제성장률도 0.21%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내수활성화로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를 막고 환율을 안정시키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등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해 가계부채 상환 부담을 줄이고 규제완화로 기업투자심리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원화절상이 소비 및 내수 확대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소비부진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수요 증가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이전되거나 수출위축으로 경기회복이 더뎌질 경우 내수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외환시장은 원화절상 대책으로 달러화 위주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현재 달러에 대한 환율에 대응하는 정책만으로는 효율적인 외환시장 대응에 무리가 있다"며 "외환당국이 달러화 외의 주요 통화시장도 개설해 지역적 여건변화에 시장이 직접 대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해 원화 환율이 각 통화에 대해 유연하게 변동해 시장적 대응이 가능하게 하며 국내 통화정책의 국제적 영향력을 제고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