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환경노동위원장 “근로시간 단축·통상임금·정리해고 사안별 처리”

19대 후반기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은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 의원은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문제,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한데 엮어 '패키지'로 처리하는 건 무리"라며 사안별로 여야 간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13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반기 소위를 구성해 노사정 간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한꺼번에 놓고 다루다 보니 아무 성과도 낼 수 없었다"며 전반기와 달리 사안별로 나눠 처리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의원은 또 기업들이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가는 추세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후반기 환노위에서 쟁점이 될 주요 현안은.

▲가장 중요한 게 통상임금 아닐까 싶다. 통상임금 문제는 사회적으로 합의도 어느 정도 돼 있고 이미 시장에선 정착돼 있는 것이라고 본다.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또는 노조가 있는 기업에선 퇴직금에 통상임금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노조가 없는 곳들이다. 노동시장도 노조의 유무에 따라 양극화가 심하다. 노조가 없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많은데 여기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통상임금은 꼭 필요하고 법으로 보호해줘야 한다. 통상임금은 전반기에도 합의를 이끌지 못한 만큼 어려운 부분인데 이제 여야를 떠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생명경시 풍토를 바로잡는 데 우리 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노동현장에서 매년 2000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생활화학용품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관행처럼 이어져오고 있는 폐단은 도려내고 안전 분야의 제도정비와 시스템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전반기에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패키지'로 처리하려 했다가 실패했다.

▲국회는 합의라는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곳이다. 전반기 노사정에서 한꺼번에 하다 보니 성과과 없었다. 정무위원회처럼 여러 쟁점법안을 나눠야 할 필요가 있다. 전반기 정무위는 재벌과 관련된 하도급법이나 골목상권 보호 차원의 프랜차이즈법 등을 사안별로 나눠 여야를 설득한 끝에 모든 문제가 풀렸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통상임금의 경우 우선 개념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한 뒤 임금체계를 합리화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도 사용주의 부담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공기업·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을 분리해 고려해야 한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은 연장근로나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과 같은 여러 쟁점과 맞물려 있어 총론적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요즘 기업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굳어지는 추세에 대한 우려가 크다.

▲상시 구조조정은 안 된다. 이건 근로시간 단축 및 정년과도 연관돼 있는데 현재 만들어진 정년을 장기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의학이 발달하고 국민 생활 수준이 개선되면서 사회활동이 가능한 연령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노동시장이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임금피크제 같은 방안을 도입한다든지 근로시간을 줄이는 등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2교대 근무를 3교대로 바꾸거나 재택근무를 가능케 하는 식으로 근로시간을 조율해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거라 본다.

―환경과 노동 분야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일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기업 부담이 커져 시장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감당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불경기로 휘청대는 중소·중견기업을 분리해야 한다. 이명박정부 시절 기업친화정책으로 인해 대기업들이 세금 등에서 여러 혜택을 받았다. 이제 자생력이 있는 기업은 돈을 좀 내놓되 인건비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면서 시장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동시에 가동해야 한다. 환경은 보호 혹은 보존과 같은 규제적 성격이 강한 분야다. 선진국일수록 환경 규제는 강도가 세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삶의 질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환노위엔 날로 심각해지는 4대강 녹조현상, 산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저탄소차 협력금 문제, 화학물질등록평가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시행 등 많은 쟁점이 산적해 있다.

일각에선 규제가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하지만 이들 분야의 규제 강화는 새로운 기술 시장을 만들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

[e-mail] 김영선 기자

■약력 △59세 △서울 △무학여고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 △서강대 경제학 석사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상임부위원장 △17·19대 국회의원(서울 영등포 갑) △통합민주당 사무총장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