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병장, 무시와 따돌림 당해” GOP 총기사고 수사결과

      2014.07.15 14:54   수정 : 2014.10.25 04:59기사원문
강원 고성군 2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총기 사건을 일으켜 전우들을 살해한 임모 병장은 사건 전 일부 간부와 동료 병사들로부터 무시나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군 당국의 합동수사 결과 드러났다.

육군본부 헌병실장 선종출 준장은 15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가진 'GOP 총기사고'의 합동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번 사건은 임 병장의 계획적인 단독 범행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선 준장은 "임 병장은 사건 당일(6월21일) 오후 4시 이후 초소 순찰일지 뒷면 겉표지에 자신을 빗댄 그림이 더 늘어난 것을 보고 입대 후 일부 간부와 동료 병사들로부터 무시나 놀림을 당하는 등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을 회상하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는 "순찰일지에는 소초원들의 특성을 묘사한 캐리커처 형식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임 병장에 대해서는 엉뚱하고 어수룩한 캐릭터의 '스펀지밥'과 라면을 좋아하는 것을 희화화한 '라면전사' 등으로 그렸다"면서 "임 병장은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병장은 '이런 상태로 사회에 나가도 살 수 없다' '동료들을 모두 죽이고 나도 죽을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임 병장이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 작성한 메모도 처음 공개됐다. 임 병장은 이 메모에서 "모두에게 미안하다. 그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건 살인을 저지른 건 크나큰 일이지만 누구라도 나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사는 게 죽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럽고 괴로울 테니까"라며 "나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그들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임 병장은 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는 말이 있고 어린애들이 장난삼아 개를 괴롭히거나 곤충이나 벌레를 죄의식 없이 죽이는 것처럼 자신이 한 행동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는지 그들은 헤아리지 못했다"고 썼다.

선 준장은 "'그들'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모든 사람들을 지칭한 것"이라며 "메모를 남긴 이유는 '그들'로 표현된 사람들의 행동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줬는지 공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성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임 병장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범행 당시 총을 난사하지 않고 단발로 사격했으며 일부는 조준사격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선 준장은 "임 병장은 동료들이 모여 있는 그늘막 뒤편에서 은밀히 수류탄의 포장을 뜯고 안전핀을 제거한 후 몰래 수류탄을 굴린 다음 자신은 언덕 아래로 피신했다"면서 "수류탄이 폭발하자 실탄을 장전한 후 파편상을 입은 동료들을 향해 K-2 소총 10여발을 단발로 사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군의 검거 작전과정에서 임 병장이 수색 병력과 여섯 차례 접촉했으나 빠져나갔고 이 과정에서 임 병장은 한 발도 쏘지 않았는데 수색병력 간 3차례의 오인 사격이 발생하는 등 군의 허점도 드러났다.
군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22사단의 사단장(소장), 대대장(중령), 중대장(대위)을 보직해임키로 했다.

이번 조사 결과 소초원 6명이 임 병장을 희롱하고 별명을 부르는 등 가혹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났으나 임 병장이 이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아 소속부대에서 징계하기로 했다.
임 병장은 지난 9일 부소초장 이모 중사를 '모욕' 혐의로 고소해 현재 불구속 수사가 진행 중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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